[공연]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소극장서 승부볼 것”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뮤지컬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 극본-작곡-연출 박 용 전 대표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라는 작고 낯선 창작 뮤지컬의 막이 22일 올랐다. 공연시간 1시간 20분, 출연배우 3명, 뮤지컬 넘버 8곡, 일란성 쌍둥이 자매 중 언니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홍보용 부채엔 이렇게 적혀 있다. ‘극본 작사 작곡 연출 박용전.’ 연출자 박용전 씨(35)는 이 공연을 제작한 오픈런뮤지컬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24일 그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뒷골목 주택 2층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청각실’이라고 소개한 방에는 색 바랜 모차르트와 베토벤 악보가, 작업실에는 일본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허니와 클로버’가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내수공업식 제작 방식 편해
시행착오 많지만 두렵지 않아
울림있는 작품이 궁극의 목표”

한국 뮤지컬대상 작곡상을 받은 ‘밑바닥에서’(2005년), 한국 뮤지컬대상 작품상, 극본상, 작곡상, 앙상블상을 휩쓴 ‘오디션’(2007년)이 그가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포스터도 극장 주변에 겨우 붙일 정도인 살림에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평단의 반응도 좋았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처럼 화려하고 규모가 큰 해외 뮤지컬이 몰려오는 가운데서도 그가 ‘가내 수공업’으로 뚝딱뚝딱 만든 세 번째 창작 뮤지컬 ‘누가 내 언니를…’에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누가 내 언니를…’에서도 박 대표는 무대 디자인, 의상, 프로그램 북 사진 촬영까지 도맡았다. “장점요? 당연히 제작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되고요.(웃음) 의사결정 과정이 확 줄어들죠. 예컨대 현대무용 장면을 넣으려면 작가, 연출자, 제작자, 작곡가가 협의하느라 복잡한데 전 결정하는 순간 합의가 끝나니까요.”

하지만 작품의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5년여간 작업하면서 크게는 캐스팅부터 작게는 의상까지 잘못 결정했다는 후회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아직은 젊기에 시행착오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하고 흥겨운 뮤지컬이 주를 이루는 요즘 ‘누가 내 언니를…’은 결이 다른 작품이다. 박 대표가 20대에 결성했던 록 밴드 ‘복스팝’ 시절이 ‘오디션’을 만들었다면 ‘누가 내 언니를…’에는 간지러운 연애, 우울증으로 신경정신과에서 치료 받았던 경험이 녹아 있다.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경민은 사건 자체를 부정하지만 꼼짝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온다.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면서 등장인물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고, 누가 범인인지 관객은 혼란에 빠진다. 마지막까지 극적 긴장을 팽팽하게 끌어가며, 뮤지컬 넘버들도 좋아 다시 듣고 싶을 정도다. 제법 이름을 알린 지금도 박 대표는 소극장을 고집한다. 200석짜리 소극장용으로 만든 ‘오디션’의 경우 대극장에 올리자며 전액을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나타났지만 거절했다. “삐걱대는 밴드가 주인공이고 허름한 지하 연습실이 배경인데, 큰 무대에서는 그 맛과 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가 없거든요.”

이런 고집에 오픈런뮤지컬컴퍼니의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표 판매 수입뿐이다. 첫 작품 ‘밑바닥에서’는 1년 만에 1억5000만 원의 빚을 청산하고 말 그대로 밑바닥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500만 원을 홍보비로 쓴 ‘오디션’은 처음엔 주춤했지만 내내 흑자였다. ‘누가 내 언니를…’은 제작비가 2억 원가량 들었다.

그에게 무대라는 꿈을 꾸게 해준 건 중학생 때 우연히 접한 오페라였다. 친구를 따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를 봤다. “그때 생각했어요. ‘우와, 이런 걸 보려고 극장에 가는구나.’ 지금 여기서 우리가 고민하는 걸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즐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삶과 사랑을 발견하고 생각하는 작품. 그것이 궁극의 목표죠.”

9월 27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블루. 3만 원. 02-765-8108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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