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곬][책]군사 월간지 '플래툰' 편집장 홍희범씨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19분


어린 시절 플라모델 무기에 심취했던 취미 덕에 아예 군사전문가가 된 군사 월간지 '플래툰'의 편집장 홍희범씨. - 윤상호기자
어린 시절 플라모델 무기에 심취했던 취미 덕에 아예 군사전문가가 된 군사 월간지 '플래툰'의 편집장 홍희범씨. - 윤상호기자
“K5(한국형) 권총 쏴 보셨어요. 미국제 구식 권총에 비해 가볍고 반동도 훨씬 적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미 육군의 주력소총은 M16A2와 M4카빈이 될 겁니다. 첨단 소총 개발이 지연된 때문이죠.” 제1차 세계대전부터 아프가니스탄의 대테러 전쟁에까지 사용된 각종 총기류의 ‘역사’를 줄줄이 꿰는 그의 입담은 그칠 줄 몰랐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4층 건물의 10여평 남짓한 사무실. 군사 월간지 ‘플래툰’의 편집장인 홍희범(洪熙範·30)씨는 “다음 호를 마감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무척 피곤한 표정을 지었지만 총기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금세 금테안경 너머로 눈에 생기가 돌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무기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총기류 분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군이나 경찰관계자들도 각종 총기류 도입과 관련해 그에게 자문할 정도다. 세계 각국에서 개발한 총기 대부분의 세세한 제원과 개발과정, 장단점을 줄줄 꿰는 그의 설명을 듣다보면 혀를 내두르기 마련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군사무기에 푹 빠져 지냈죠. 대부분의 용돈을 무기 플라모델(플라스틱 모형)을 사서 조립하는 데 썼죠. 이후 청년기까지 플라모델 조립과 관련자료 수집 때문에 학업을 망칠 정도였으니….” 애지중지하던 플라모델 작품들을 내다버리며 반대하신 부모님도 그의 집착을 꺾을 순 없었다.

국내에 관련서적도 없고 인터넷도 대중화되기 전인 1980∼90년대 초. 그는 순전히 발로 뛰어 방대한 무기자료를 수집했다. 당시 주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외국 군사잡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서울역과 명동의 헌 책방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일본 군사잡지들을 닥치는 대로 사 모았죠. 그렇게 모은 책이 2000권은 족히 넘을 겁니다.”

그의 말처럼 사무실 한 쪽의 4평 남짓한 작업실에는 각국의 군사 전문잡지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대부분 원서이다 보니 순전히 취미를 위해 익힌 영어와 일본어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취미가 직업으로 전환한 계기는 대학재학 중이던 94년 한 군사 월간지의 창간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면서였다. “우리도 조만간 일본처럼 ‘밀리터리 마니아’가 급증하리라고 믿었죠.” 이후 본격적인 무기전문가로서의 길을 걸었고, 2년 전부턴 편집장이자 발행인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취미와 일에 중독된 그는 아직 여자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최근 미국 출장에서 한 밀리터리 마니아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세계 최초의 독일군 제트전투기를 재현한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돈을 많이 벌어 국내 첫 밀리터리 박물관을 세우는 게 유일한 꿈입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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