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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김종석 기자의 스포츠 인생극장]<41>프로야구 막내 kt 조범현 감독

입력 2015-06-08 03:00업데이트 2015-06-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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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도자 인생 최악의 해, 그러나 이젠 희망이…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올 시즌 신생 kt가 가세하면서 처음 10개 구단 체제를 이뤘다. 주위의 비상한 관심 속에 데뷔 무대에 오른 막내 구단을 이끌고 있는 조범현 감독(56)을 4일 kt의 안방인 수원 구장에서 만났다. 냉장고에서 직접 비타민 음료를 꺼내오는 조 감독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배 팀들을 상대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kt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인터뷰도 몇 차례 마다해 어렵게 성사됐다.

SK와 KIA 감독 시절 리빌딩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던 조 감독이지만 백지 상태에서 뭔가를 그리는 작업이 쉽지 않았으리라. “20년 넘게 지도자 하면서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래도 차츰 어린 선수들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낸다. 서서히 희망이 보인다.”

○ 거듭된 패배 통해 이기는 법 배운다


시즌 개막 후 11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던 kt는 비록 꼴찌에 처져 있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조 감독의 지도 속에 끈끈한 팀 컬러로 변모하고 있다. 3월 3전 전패, 4월 3승(19패), 5월 7승(20패)에 이어 6월 들어 7일 현재 3승 3패로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다른 팀에서 모인 선수들과 신인들이 많아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자신감 없이 어떤 경기도 이길 수 없다는 걸 강조한다. 지더라도 근성이 있어야 한다.”

조 감독은 시즌 도중 포수 장성우 영입과 외국인 선수 보강으로 전력을 끌어올렸다. 장시환 정대현 엄상백 등 신예 투수들의 발굴도 성과로 꼽힌다.

조 감독에게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었더니 “등산을 한다. 이천 설봉산에 자주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을 잘 탄다고 가파른 암벽을 선택한다면 동반자들은 낙오한다. 완만한 능선은 시간이 더 걸려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우리 팀도 1, 2년 안에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 고된 포수 하면서 한 번도 후회 안 했다

조 감독은 야구를 시작한 대구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줄곧 포수였다. 현재 프로야구 사령탑 10명 중 포수 출신은 3명이다. 등록 선수 가운데 포수 비율이 8.9%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조 감독은 “포수는 경기를 전체적으로 읽어야 한다. 좋은 포수 없이 이길 수는 있어도 우승할 수는 없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조 감독은 화려한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선수(1982년 OB), 코치(2002년 삼성), 감독(2009년 KIA)으로 모두 우승 반지를 낀 포수 출신은 그가 최초다. 그 비결에 대해 그는 “운이 좋았다”고 미소 짓더니 선수 때의 기억을 꺼냈다.

“내가 직구 사인을 냈는데 투수가 변화구를 던져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한 적이 있다. 감독, 코치들이 나를 야단치더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때 투수가 참 미안해하며 더 잘하더라. 희생하고 책임지는 분위기가 생겨야 신뢰가 생긴다.”

조 감독은 “공부하지 않는 코치는 지도자로 자격이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코치 시절 도루 저지를 위해 상대 사인을 일일이 분석하느라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기도 했다. 박경완 진갑용 등은 그의 손을 거쳐 200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했다.

○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조 감독과 한화 김성근 감독(73)의 관계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조 감독은 대구 대건고 야구부 해체로 1976년 김 감독이 있던 서울 충암고로 전학을 갔다. 1977년 봉황기에서 충암고를 창단 9년 만에 첫 전국대회 정상으로 이끈 조 감독은 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둘의 인연은 OB 쌍방울 삼성 등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에 대한 언급 자체를 무척 조심스러워했던 조 감독은 “김 감독님 밑에서 고교 시절 500원짜리 밥을 먹어가며 한겨울에도 하루 12시간씩 운동했다. 스윙 1000개는 해야 잠자리에 들었다”고 떠올렸다. 김성근 감독처럼 강한 훈련을 신봉하는 조 감독은 “무의식 속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반복훈련을 해야 한다. 몸이 기억해야 이긴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감독실 벽에 조 감독이 걸어둔 ‘중석몰촉(中石沒鏃·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히다)’이라는 사자성어 액자와 출입구에 붙여 놓은 ‘노크하지 말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의 시선을 의식한 조 감독은 “정신을 집중하면 놀랄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어떤 문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열려면 도전의식과 용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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