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eye]전화 안 터지는 지하철 한국인만 속 터지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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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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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우리 회사 S 선배는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단 하나, 전화에 관해서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합니다.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벨이 두 번 울릴 때까지 받지 않으면 그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한국 사람이 대개 그렇습니다.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면 슬슬 열이 오릅니다. 두 번 해서 안 받으면 화가 납니다. 마감 시간을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는 언론사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그제는 후배 Y의 복장이 터졌습니다. 제가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죠. 정확히 말하면 못 받았습니다. 전형적인 한국 사람답게 그는 30분 동안 10번도 넘게 전화를 했다더군요.

전화를 못 받은 건 지하철 때문이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은 경기장 사이를 이동할 때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르는 런던 지하철을 많이 이용합니다. 그런데 런던 지하철은 전화가 아예 터지지 않습니다. 객차 안은 물론이고 계단만 내려가도 통화 두절입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뒤 한국에서는 지하철에 탄 사람들의 눈이 대개 스마트폰에 꽂혀 있습니다. 저만 해도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음악을 듣고, 때로는 게임을 합니다. 하지만 런던 지하철 풍경은 한국의 몇 년 전을 보는 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신문이나 책을 읽습니다. 혼자 명상에 잠긴 사람도 있지요. 한가롭고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면 영국 사람들은 참 느긋합니다. 며칠 전엔 잘 달리던 지하철이 고장 나 20여 분간 멈췄습니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아 찜통 그 자체였지요. 한국에서였다면 난리가 났겠지요. ‘퇴근길 지하철 ○호선 고장으로 승객 불편… 항의 빗발’ 같은 기사가 뜰 만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하철 고장 정도는 당연한 일상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런던에 와 보니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빨리 움직이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좋은 걸까요. 지난해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에 따르면 한국은 하위권인 23위였습니다. 반면 영국은 9위였지요. 어디서나 휴대전화가 빵빵 터지고 지하철이 씽씽 달리는 게 전부는 아닌가 봅니다.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uni@donga.com
#런던 올림픽#런던 아이#런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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