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SK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예의’

  • 입력 200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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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정말 그렇게 좋아요?”

“그래도 좀 더 다듬어야지.”

“그런데 왜 그렇게 기사가 많이 나와요?”

“스포테인먼트니까.”

지난주 연습경기에서 김인식 한화 감독과 김성근 SK 감독이 나눈 이야기 한 토막이다. 요즘 SK 관련 기사에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란 말이 빠지질 않는다. 이름에 걸맞게 참 많은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포켓 걸’이라는 애칭의 탤런트 이현지 씨는 구단 전속 연예인인 ‘와이번스 걸’이 됐다. 홈인 문학구장엔 야구 테마파크인 ‘와이번스 랜드’가 문을 연다. 25일엔 인천 앞바다에 유람선도 띄운다. 여기까지는 ‘스포테인먼트’의 겉모습이다.

안으로는 더욱 혁신적인 실험이 진행 중이다. 물론 지향점은 ‘팬을 위한 야구’다.

겨우내 제주∼일본 미야자키∼고지∼오키나와로 이어지는 4개월여의 훈련을 마친 SK 선수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수 교대 때 선수들은 시키지 않아도 전력질주를 한다. 연습이 끝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을 줍는다. 성의 없이 공을 툭툭 차는 선수는 없다. 방망이를 뛰어넘지도 않는다. 야구에 대한 예의다.

팬들을 대할 때도 그렇다. 팬들의 사인 요청이나 사진 촬영 요구를 이유 없이 거부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처음 반신반의하던 선수들이 먼저 재미를 느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다 보니 어색함이 사라졌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도 절절이 묻어난다. 간판타자 박재홍은 주니치와의 연습경기에서 주루 플레이 중 공에 오른 손목을 맞고는 라커룸으로 들어와 눈물을 흘렸다. “부상으로 이전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게 너무 속상해서”가 이유였다. 그만큼 SK 선수들은 열심히 치고, 뛰고, 달렸다. 지더라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위해서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에 취임 일성으로 “작년 LG와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기억한다. 순위 싸움과는 상관도 없었다. 그래도 4782명의 팬이 구장을 찾았다. 그때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고 했다.

하는 사람이 재미없는 야구는 보는 사람에겐 더욱 재미없다. ‘스포테인먼트’의 중심 무대는 여전히 그라운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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