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팬과 좀 더 가까이”… 프로농구의 ‘변신 몸부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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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47)은 몇 달째 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수염이 덥수룩해 지인들로부터 “어느 산에서 내려왔느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시즌 개막일인 15일에 맞춰 수염을 정리할 예정이지만 주위에선 “계속 길러 벤치에서 도사 복장을 하고 작전 지시를 해보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프로농구의 현실을 감안하면 전 감독은 계속 ‘산적’ 행세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팬들의 호기심과 이목을 사로잡아 흥행에 도움을 준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 감독은 지난 시즌 KT 사령탑 부임 후 전년도에 최하위였던 팀을 2위까지 끌어올리며 화제를 뿌렸다. 꼴찌 돌풍으로 KT 연고지 부산의 홈 관중은 두 배 가까이 늘어 평균 5000명에 육박했다. KT 농구단의 눈물겨운 투혼은 사내 교육용 영상물로 제작되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이런 스토리텔링은 침체에 빠진 프로농구를 되살릴 비상구로 꼽힌다. 최근 TV 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과 레슬링을 다룬 ‘무한도전’ WM7 편은 진한 감동을 줬다. 코트에서도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꿈과 감성을 자극하다면 팬들의 발걸음을 체육관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 일부 구단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은 잠실실내체육관에 세계 최장이라는 170m 길이의 디지털 배너를 설치해 팬들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1억 원이 걸린 하프라인 슈팅 이벤트를 열어 어려운 처지의 이웃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스마트폰의 확산 속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SNS를 통해 농구 스타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도 있고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와 일정 등을 알릴 수도 있다. 이미 국내 골프업계에서는 SNS를 다양한 정보 제공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농구연맹(KBL)과 각 구단은 상당히 뒤처져 있는 듯하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 뭔가 변해야 앞서 나갈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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