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총비서취임」보도]『김정일 유연한 정책 관심』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뉴욕타임스지는 9일 김정일(金正日)이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됨으로써 북한은 가까운 장래에 태평양 연안국가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신문의 기사요약. 김정일은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나라의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지도자이다. 55세 평생 공산국가 이외에 가본 적이 없는 그는 이제 북한을 개방하고 그가 원할 경우 미국과의 유대도 맺을 수 있는 권력을 공식적으로 가졌다. 과거 일본의 친북한 신문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김정일이 모든 자본주의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년동안 북한이 이 나라를 옭아매고 있는 식량난과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해 점진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김이 이미 수년간 실질적으로 이나라를 통치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한국은 그의 취임이 북한을 안정시키고 양국간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희망에서 조심스럽게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직 주석직은 비어 있지만 언제 그가 이 자리를 차지할 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북한은 국상(國喪)을 당한지 3년간 권력을 공백으로 둔다던지 권력을 세습한다는 점에서 볼 때 공산국가라기보다는 이 나라 역사에 나오는 왕권국가에 더 가깝다. 북한 언론들이 그의 추대에 즈음해 나무들이 계절을 잊고 꽃을 피우고 있으며 기이한 흰색 해삼이 잡히는 등 신비스러운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인들은 김이 영화에 미친 난봉꾼이자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그가 진지한 면이 있다며 그 예로 외국인 투자가를 유치하는 등의 점진적 경제 자유화정책을 예로 들었다. 최근의 몇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은 중앙통제식 경제가 시장경제보다 못하다는 것을 그가 인정했다는 소식과 그가 보다 유연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음을 명백히 한 글이 출판됐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 그는 남북한간의 관계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고 미국을 철천지 원수로 여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단계적 변화정책이 북한경제를 살리기에는 너무도 느린 속도로 진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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