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김화성]생각의 속도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24분


세계에서 100m를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나이는 미국의 모리스 그린이다.그는 100m를 9초79에 뛴다.1초에 약 10.21m를 달리는 셈이다. 그린은 순간 스타트가 빠르다.지난해 8월 에드먼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초82로 우승할 때 그의 100m 출발반응시간은 0.132초였다. 출발반응시간이란 출발 신호가 난후 뛰쳐나갈때까지 걸린 시간을 말한다.인간은 의학적으로 아무리 빨라도 출발반응시간이 1000분의 100초 즉 0.1초이하는 불가능하다.그래서 100m경기에서 0.1초이하의 출발반응시간이 나오면 파울이다.

축구선수들의 출발반응시간은 얼마나 될까. 보통 0.15초 정도면 우수한 것으로 친다. 만약 상대 수비수와 같은 선상에 있는 공격수가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공을 받아 치고 나갈 수만 있다면 0.15초를 버는 셈이다.0.15초는 100m를 12초로 달리는 축구선수가 상대보다 1.24m를 앞서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20m정도를 드리블해 간다면 25㎝정도 앞서갈 수 있다.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의 25㎝ 차이는 곧 노마크 찬스를 뜻한다.

축구에서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와 똑같이 출발하더라도 늘 불리하다. 무게중심이 발뒤꿈치에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생각의 속도’가 중요하다.상대의 수를 읽고 거기에 맞춰 ‘생각의 속도’를 빨리해야 막을 수 있다.또한 움직이면서 수비하는 ‘런닝 디펜스(Running Defense)’가 필요하다.상대 공격수가 공을 잡는 것을 보고 움직이면 그만큼 늦어진다.수비수에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이 많은 것도 다 그런 이유다.

현대축구는 속도전쟁이다.물론 발도 빨라야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의 속도’다.사람이 아무리 빨라도 공보다는 느리다.그러나 공보다 천배 만배 더 빠른 건 사람의 생각이다. 히딩크가 처음 부임해 훈련할 때 한국선수들이 “몸보다 머리가 더 아프다”고 한말이 이해가 간다.

김화성 스포츠레저부 차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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