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시각장애인 차승우씨 “새 희망의 빛을 보았다”

  • 입력 2002년 3월 17일 18시 22분


시각장애인 차승우씨(왼쪽)
시각장애인 차승우씨(왼쪽)
“앞을 보지 못하는 내가 풀코스를 완주해냈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빛’을 본 것 같습니다.”

17일 열린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도우미와 손을 끈으로 연결하고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시각 청각 복합장애인인 차승우씨(39·안마사)는 탈진 상태였지만 하늘을 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차씨는 이날 도우미 박복진(朴福鎭·52)씨와 끈으로 손을 묶고 박씨의 손에 달린 방울 소리에 의지해 처음 도전한 풀코스에서 4시간13분 만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차씨는 동아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이달 초 인터넷에 도우미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박씨가 연락해 함께 출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마라톤이 하고 싶었던 차씨는 지난해 4월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하프마라톤을 10번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

차씨는 3, 4년 전부터 안마사 생활을 해오고 있지만 일감이 많지 않아 매월 정부보조금 21만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차씨는 “시각장애인 마라톤동호회에 전화해 최고 기록을 깼다고 빨리 알려주고 싶다”며 “올해 두 번 더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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