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D-4]배국창씨 "즐기면서 뛰니 인생이 보이네요"

  • 입력 2001년 10월 23일 18시 40분


배국창씨가 지난해 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배국창씨가 지난해 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마라톤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28일 열리는 2001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 출전하는 포항마라톤클럽 훈련부장 배국창씨(30·동양석판주식회사). 그는 한때 마라톤에 대한 ‘한’을 가지고 있었다. 배씨는 학창시절 마라토너를 꿈꾸던 장거리 선수. 그러나 고교 3학년 때 오른쪽 무릎과 아킬레스건에 큰 부상을 당해 운동선수로는 ‘사망선고’를 받고 꿈을 접어야 했다.

마라톤에 대한 미련 때문에 후배들과 계속 훈련해 91년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해 2시간38분대를 뛰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무릎과 발목에 통증이 와 더 이상 훈련을 할 수가 없었던 것. 92년 군에 입대한 뒤 각종 군체육대회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을 하기도 했지만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97년 다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다. ‘프로’선수의 꿈은 깨졌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마라톤에 대한 미련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 그래서 순수 아마추어 마라토너로 남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강훈련을 할 수 없어 천천히 즐기는 수준으로만 달리고 있다. 선수생활을 해서인지 천천히 뛰어도 아마추어 중에선 기록이 좋다. 지난해 동아서울마라톤에서는 2시간59분00초를 기록했다.

몸상태 때문에 스피드를 낼 수 없어 요즘은 천천히 오래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동아오픈마라톤에서도 하프코스에 출전한다.

배씨는 “선수 땐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지만 요즘엔 나 자신과의 싸움에 더 매력을 느낀다”며 “인생의 묘미를 마라톤에서 흠뻑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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