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축구도시’ 대구에 프로팀을

  • 입력 2002년 5월 2일 17시 50분


어렸을 적 축구가 좋아 항상 축구공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곤 했다. 그 때 내가 살던 대구는 고교야구 이상으로 고등학교 축구가 인기가 있었다. 당시 계성, 대륜, 청구, 협성상고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축구의 명문고가 많았다. 이런 학교들이 경기를 하는 날이면 축구장에는 항상 만원이었다. 어떤 때는 심판이 판정을 잘못해 한 학교가 지면 축구장의 골대가 뽑히곤 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대구의 축구환경은 어떤가. 지난해에 대구시는 프로팀의 창단을 계획한 뒤 여러 방면으로 창단을 위한 준비를 한 걸로 안다. 대구는 섬유도시로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교류를 하고 있다. 대구시장은 축구를 빼고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보고 큰 생각을 가지고 시의 예산 중에 체육발전기금으로 프로팀을 만들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결국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대구는 월드컵이 열리는 도시 중 경기장은 10개 도시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고 자랑한다. 이 경기장을 유지하기에는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월드컵대회만 치르기에는 너무 아깝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일본의 오이타에서도 월드컵이 열린다. 이 곳은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되기 전부터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서 도민과 도청 그리고 지역기업이 하나가 되어 ‘오이타 트리니타’라는 프로팀을 창단했다. 물론 여기에는 주도적으로 창단계획을 세우고 팀의 운영을 총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도청의 공무원이었다. 그리고 기업과 도민이 주식회사 형태로 출자하여 지금은 약 600개 기업이 오이타 트리니타팀에 참여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큐슈에서 후쿠오카라는 대도시를 누르고 월드컵 개최도시가 되었고 지금 매주 토요일만 되면 많은 도민들이 축구장을 찾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축구 때문에 인생의 즐거움이 생겼다며 자기 집안의 인테리어를 오이타 트리니타의 상품으로 도배를 했다. 아직까지 관중 수입으로 구단을 이끌고 나가기에는 부족하지만 이 팀에 애정을 가진 기업들과 도민의 참여가 대단하다.

프로팀을 운영하기엔 많은 돈과 팀 운영에 대한 열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 한국의 프로팀들은 대부분 기업이 중심이 돼 운영하고 있다. 아마도 세계화 시대에서는 축구가 가지고 있는 힘은 지금부터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모 프로팀이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아시아지역에 방송이 된 적이 있다. 이것으로 인하여 그 기업은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대구는 한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프로팀을 만들 수 있다. 시민과 시청 그리고 지역의 기업이 한 마음이 돼 응원하고 또 프로축구팀으로 인하여 즐거움을 가질 수 있고. 청소년에게는 꿈이 되는 그런 프로팀의 창단이 가능한 도시이다.

옛날에는 정말로 축구를 사랑했던 그런 곳이 대구였다. 대구시민 중에는 축구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어린이의 꿈을 축구를 통해 키워 주는 것 또한 즐겁지 않을까. 또 국제도시로 다시 한번 올라서기 위해서라도 프로축구팀은 생겨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까만 얼굴을 한 어린 소년이 축구 볼을 옆구리에 끼고 마냥 즐겁게 돌아다니던 과거의 모습이 그립다.

일본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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