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박지성은 충분히 봉사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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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일도 끝은 있는 법이다. 10일 한국과 일본의 친선전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없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소속팀 맨유와 한국 대표팀을 위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수십만 km를 비행기에서 보냈다. 그 정도면 뛸 만큼 뛰었다고 할 만하다. 박지성은 A매치 100경기를 넘게 뛰었다.

맨유의 폴 스콜스와 라이언 긱스도 팀에서의 선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박지성과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선수들은 박지성처럼 일정한 나이가 되면 젊음과 경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조심스러운 고민을 한다.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클럽팀 중 하나인 맨유에서 다른 누구도 보여줄 수 없었던 열정적인 공헌을 해왔다.

박지성은 태극전사들 중 최고였다. 그러나 그는 클럽팀과 국가대표팀 모두에서 전력을 다하기는 힘들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최근 30세의 박지성에게 2년 계약 연장을 보장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박지성이 대표팀을 은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프리시즌 동안 다른 해보다 더욱 활력이 넘친다는 것을 퍼거슨 감독에게 보여주었다. 상업적 가치가 대단한 팀으로 평가되는 맨유는 미국 투어에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박지성을 합류시켰다. 박지성이 맨유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자원으로 본 것이다. 박지성은 일본전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을 그리워할 것이다. 물론 뛰는 것은 그의 능력 밖의 일이다.

맨유 등 유럽의 부자 클럽들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의 규칙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왔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이자 유럽 197개 축구클럽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럽클럽협회(ECA) 회장인 카를 하인츠 루메니게는 “클럽팀들은 결코 FIFA 아래에서는 행복하지 않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ECA는 국가대표선수들이 자국의 A매치 경기로 자주 차출되는 것을 비판해왔다. ECA는 FIFA와 UEFA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유럽슈퍼리그가 나온 것도 ECA와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부자 클럽들과 연관이 있다. 유럽슈퍼리그를 공개적으로 말한 이들은 없지만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배후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C 밀란의 구단주이자 수많은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수천만 달러를 벌 수 있는 축구를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생각했다. 13년 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슈퍼리그를 제안했고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14개 클럽이 자국 리그 탈퇴를 얘기했다. 하지만 리그 탈퇴 같은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UEFA가 오래된 유러피안컵을 챔피언스리그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자 클럽들은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성 있는 경기를 보장받았다.

FIFA는 208개국 축구협회를 위해 존재한다. 10일 전 세계적으로 각 국가들의 A매치가 열린다. FIFA가 정한 의무적인 날이다. 클럽팀 대신 70개 축구협회는 경기를 개최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A매치 데이로 인해 시즌을 막 시작한 독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아A 등 유럽의 빅리그들이 대표팀 차출로 지장을 받게 됐다.

루메니게 회장은 클럽들이 각 국가의 축구협회로부터 선수들을 빼앗겼다며 불평한다. 하지만 그는 클럽들이 여러 나라로부터 선수들을 데려왔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국가가 있어야 클럽도 있다. 선수를 두고 벌이는 클럽과 각국 축구협회 간의 줄다리기는 끝이 없을 것이다.

박지성은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국가에 충분히 봉사했다. 이제 자신에게 엄청난 봉급을 주는 맨유에만 집중해도 된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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