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한국팀의 축제' 가능한가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30분


힘들지만 희망은 있다. 그게 바로 한국인과 한국인의 월드컵 열기를 알게된 외국인으로서 내년 월드컵에서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과 일전을 벌일 한국에 대한 시각이다.

폴란드는 잉글랜드리그 리버풀의 골키퍼인 예지 두데크 앞에 잘 조직된 강한 수비 라인을 갖추고 있다. 공격은 나이지리아 출신인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의 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올리사데베를 막으면 폴란드의 공세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폴란드의 골문에 볼을 넣는 것은 400만 부산 시민이 내년 6월4일 5만5982장의 부산 월드컵경기장 티켓중 하나를 손에 넣으려 경합하는 만큼이나 험난할 것이다.

모두의 열망대로 한국이 첫 경기를 비긴다고 하자.

다음은 대구가 무대다. 여기서 한국은 한 번도 월드컵 본선 승리를 거두지 못한 불운을 깨고 최고의 밤을 위한 축제를 벌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스스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신체적인 면에서는 그렇다.

미드필더 어니 스튜어트는 월드컵을 향한 미국의 열렬한 헌신과 노력을 상징한다. 브리안 맥브라이드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골을 넣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 베테랑 공격수다. 랜돈 도노반은 ‘미국의 베컴’이다. 젊고 잘생긴데다 재능있고 성실한 대학 선수인데 우상으로 뜨고 있는 중이다.

내가 만약 거스 히딩크라면 당연히 미국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는 6만8014명의 열렬한 애국 홈팬이 있지 않은가.

포르투갈은 더 나은 팀이다.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들의 볼 터치와 창조력은 황홀하다. 선수들도 10년전 세계청소년대회부터 호흡을 맞춰와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렇다고 왜 포르투갈에 일찌감치 항복해야 하는가. 왜 그들의 사기를 미리부터 높여줘야 하는가. 왜 그들이 마음대로 그라운드를 휘젓도록 허락하는가.

이것이 바로 히딩크가 한국 대표팀에 던질 질문일 것이다. 포르투갈은 아르헨티나나 프랑스, 심지어 이탈리아에 비해서도 팀 응집력이나 일체감이 떨어지지만 맨투맨이나 기술면에선 세계 최고의 팀이다.

포르투갈에 불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인천 시민에 달려있다. 그렇다고 잉글랜드 훌리건 스타일의 폭력을 휘두르거나 야유를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단지 부산이나 대구 시민들이 선수들 뒤에 하나로 뭉쳐주길 바랄 뿐이다.

포르투갈은 재능이 있지만 늘 경기를 이기는 축은 아니다. 그리고 페르난도 쿠투를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은 압박을 받을 경우 잦은 실수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쿠투는 아주 경험이 많지만 발이 무거운 편이라 한국이 빠른 템포를 유지하면서 최용수나 설기현에게 윙이나 미드필드에서 깔끔한 도움이 연결된다면 이길 수 없는 팀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한국도 역대 월드컵에서 모든 개최국이 이뤘던 16강 진출이 확실하다고 말하고 있는건가?

그건 희망일뿐 예측은 아니다. 물론 우리같은 이방인도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중요한 문제인 일본과 똑같거나 나아야 한다는 목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본은 ‘매서운’ 벨기에 ‘일사분란한’ 러시아 ‘예측 불가능한’ 튀니지 등 만만찮은 적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어느 그룹도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가 포함돼 소위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만큼 어렵진 않다. 나는 여기서 전세계 축구 해설자들이 ‘죽음의 조’라는 섬뜩한 용어를 안쓰길 바란다.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의 킬링 필드를 떠올린다면 스포츠를 묘사할 때 그런 형편없는 용어는 자제하는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나는 내년 6월 한국 선수들이 목숨이 걸려있진 않지만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을 것이라는데 의심이 없다. 한편으로 그건 정확히 인센티브다. 한국축구에 내년 6월보다 중요한 달이나 한국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히딩크는 선수들이 자신과 팀 전술을 믿고 아울러 애국심을 발휘하도록 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그는 외국인이다. 하지만 가끔은 여러분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여러분 안의 그 무엇을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지 이방인이 더 잘 알수도 있다.

랍 휴스/잉글랜드 축구 컬럼니스트robhu@compuserve.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