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Team Review - 롯데자이언츠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0시 20분


2001시즌 성적

59승 70패 (승률 .457) 718득점(3위)/670실점(4위)

1,108승, 1,190패, 62무, .482의 승률. 82년 출범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거둔 통산 전적이다. '시즌 중 감독의 사망' 이라는 불상사가 말해주듯, 자이언츠의 2001시즌도 그다지 순탄치 못 했다. .457의 승률로 최하위. 유니콘스 이전의 인천연고의 야구팀들이 유니폼을 바꿔입어가며 기록한 6회, 쌍방울 레이더스 - SK와이번스가 기록한 5회의 꼴지 기록에 필적할만한 기록이다. 오로지 '이기는 맛' 에 야구 보는 팬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팀 일른지도 모른다.

물론 자이언츠 팀에 '약체' 라는 이미지는 쉽게 투영되지 않는다. 팀 성적의 기복이 심하긴 하지만 5할 승률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통산 승률을 마크하고 있고, 6차례 진출한 포스트시즌 중, 4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두 번의 챔피언십을 차지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팬들에게 기억될만한 명승부를 연출하며, 단기전에 강한 팀컬러를 보여주기도 했다.

비록 최하위로 마감하긴 했지만 2001시즌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의 승률과 꼴지 롯데의 그것의 차이는 .016에 불과하다.

99시즌이 끝난 후 펠릭스 호세를 놓치고, 선수협 파동으로 인한 주력타자들의 동계훈련 부족으로 2000시즌의 자이언츠는 현격한 공격력 약화를 감수해야 했다. 공필성은 은퇴했고 박정태도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서서히 염두에 둘 시기가 왔다. 2001시즌을 앞두고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텝이 내야의 세대교체와 공격력 강화에 주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팀 마운드에 대한 신뢰는 여전했다. 문동환이 복귀하여 주형광, 손민한, 박석진과 함께 구성할 선발진, 부쩍 성장한 강상수가 맡을 마무리는 현대를 제외한 어느 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말썽 많던 팀의 간판타자인 마해영을 내어준 대가로 김주찬이라는 높은 성장가능성을 지닌 내야수를 영입했다. 오래 전부터 기대를 모아왔던 신명철의 입단과 함께 내야라인업의 세대교체를 위한 자원확보에는 성공을 거두었다. 동계훈련, 시범경기를 통해 매서운 타격 대신 유머러스함과 쇼맨십만 보여준 칸세코를 내보내고 극적으로 펠릭스 호세를 '모셔' 오는데 에 성공했다. 시즌 전의 이러한 전력 보강은 '공격력' 면에서는 놀라운 성공을 보여주었다. 호세는 기대대로 'the man' 그 자체였다. 배영수를 때려 눕혔음에도 불구하고, MVP와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은데에 대해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될 만큼 탁월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호세의 핵우산 밑에서 조경환은 .377/.559/.936/의 성적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잠재력을 갖춘 신예들의 도전에 자극 받은 김민재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3할 타율을 달성한다. 신명철이 기대에 못 미친 대신, '미래의 이종범' 김주찬과 97시즌의 모습을 되찾은 박현승이 내야 라인업을 채워주었다. 캐처 마스크를 쓰고 스위치 히터까지 겸비한 최기문의 3할 타율도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박정태만 여느 시즌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자이언츠의 공격력은 99시즌의 그것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이러한 공격력 강화가 팀 성적에 직결되었느냐..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공격력 부문에서 '흔히 일어나기 힘든' 좋은 일들이 연속된 반면, 믿었던 마운드는 시즌 내내 악재의 연속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칼럼을 통해 young026님이 지적한) '심각한 부상경력이 없는 거의 유일한 투수'이자 94년 입단 이후 1,258이닝을 던져온 에이스 주형광이 시즌 개막 직후 단 3이닝을 던지고 전열에서 이탈했다. 7월 초, 기론이 부상으로 퇴출당한다. 문동환도 7월 11일의 현대 전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꾸준한 성장을 보여오던 강상수의 부진은 박석진을 불펜에 대기시키게 만들었다. 결국 시즌 전 구상한 선발진 중 손민한과 박지철만이 코칭스텝의 기대에 부응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츠의 팀 실점 670점(4위), 팀 방어율 4.68(4위)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삼성, 두산에 약간 뒤쳐지고 현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팀 공격력을 감안하면 꼴찌란 팀 성적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이다. 올 시즌 자이언츠의 기대승률은 .534, 기대 승수는 71승이다. 실제 승률과 승수와의 갭은 '불안한 불펜'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크다. 올 시즌 자이언츠 야구의 '비경제성'을 엿볼 수 있는 수치이다.

자이언츠의 연고지인 부산은 球都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연고지 팬들의 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자이언츠 구단을 향한 열렬한 성원은 익히 알려진 것이다. 지역연고제에서 완전드래프트 제도로의 전환을 두고 야구계에서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롯데 구단은 서울에 연고를 둔 두 구단과 함께 '기득권층'으로 자리매김한다. 연고지의 풍부한 자원은 다른 지방 구단의 부러움과 질시를 살만한 것이기도 하다. 매년 각종 고교야구 대회마다 상위 입상하는 PK지역의 고교 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토양'을 감안하면 자이언츠 팀이 거둬들이는 성적에는 어느 정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팬들의 입장에서 무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 팬들의 아쉬움은 종종 '타 구단에 비해' 소극적으로 '보이는' 구단 차원, 그룹 차원의 지원과 투자에 대한 불만으로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4위와 박빙의 승률 차이를 보였건, 그렇지 않건 간에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했다. 전력보강을 위해 프런트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거포보강을 위한 '김기태 영입說'이 구단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주찬 대신 톱 타자를 맡아줄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전준호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논의되었다. 전준호는 소속구단인 유니콘스와 재계약 했다. 김기태의 영입도 백지화되었다. 김민재는 SK의 유니폼을 입었다.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법도 하다.

물론 일방적으로 구단을 탓 할 일은 아니다. 본인도 인정하듯 '이제 힘이 빠진' 김기태에게 사직 구장의 펜스는 머나먼 것일 수도 있고, 그러한 김기태를 얻기 위해 김영수를 내어놓는 것은 손해 '일지도' 모른다. 원 소속구단과 협상이 끝나지 않은 전준호를 빼돌리는 것은 규정위반이니 불가능한 일이다. 김주찬과 박현승, 신명철이 있는 상황에서, 'fluke'로 3할을 친 것일지도 모르는 김민재에게 10억이란 돈다발을 안겨주는 것은 과잉-중복 투자인지도 모른다.

'튼튼하다고 알려진' 롯데 구단의 재정상태에 대해 필자는 자세히 알 길이 없다. 지나친 씀씀이를 보여주는 일부 재벌 구단의 '묻지마 투자'보다 자이언츠 구단의 '내실 있는' 경영이 더 바람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이언츠에겐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이 아쉽다고 느끼는 이는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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