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카이트서핑 마니아 신용일씨

  • 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29분


신용일씨가 카이트 서핑 장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용일씨가 카이트 서핑 장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난 강풍이 좋아

한 여름 땀방울을 씻어주는 산들바람이라면 몰라도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강한 바람은 대부분 싫어하기 마련. 바람을 타는 패러글라이딩과 헹글라이딩 등 항공 레포츠 역시 너무 강한 바람은 오히려 장애물이다. 그러나 거꾸로 주말마다 강풍이 불기를 기원하는 사람이 있다.

신용일씨(34·현대택배 광진영업소장)가 바로 그렇다. 경기 화성시 어섬을 찾은 신씨는 연신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 놓았다. 인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적당한 바람이라며 좋아하는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왜? 신씨가 즐기는 카이트 서핑은 바람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기 때문이다.(물론 태풍은 곤란하지만)

#왔다! 바람

신씨의 불평을 들었을까. 바람이 조금씩 강해졌다. 신씨의 손길도 바빠졌다. 신씨는 카이트에 공기를 넣고 슈트를 입는가 했더니 곧바로 카이트를 하늘로 띄었다. 신씨가 바람을 한껏 받게 카이트를 조정하자 신씨의 몸이 카이트에 이끌려 미끌어졌다.

“이 정도면 되겠는데”라는 동료 이종훈씨(33)의 말에 힘을 얻어 신씨가 이씨와 함께 보드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하늘에 뜬 카이트의 줄을 이씨가 잡고 있는 동안 신씨가 재빨리 보드를 신었다. 다시 카이트 줄을 잡은 신씨. 그러나 그동안 바람이 잦아져버렸다.할수없이 몸을 엎드린 상태에서 카이트에 이끌려 물속에서 미끌어지는 보디 서핑만을 계속해야 했다. 20여분쯤 흘렀을까. 바람이 다시 강해지며 신씨가 갑자기 물위에 올라서 마침내 보드로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10년전 이미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한 신씨는 웨이크보드 스노우보드 등 최신 레포츠를 섭렵한 레포츠 매니아. 카이트 서핑을 하게 된 것도 5월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카이트 서핑을 가르치는 곳을 발견한 것이 계기다. 그런데 카이트 서핑을 배운뒤로는 카이트 서핑과 스노우보드를 제외하고는 다른 레포츠와는 모두 결별했다.

신씨는 “한 마디로 카이트 서핑은 항공과 수상 레포츠를 합친 종합레포츠”라며 “그래서인지 다른 레포츠는 단순해보여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패러글라이딩과 스노우보드 등을 통해 단련된 신씨지만 카이트 서핑은 아직 조금 가다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걸음마 수준.

신씨는 “이달말쯤 바람이 강해지고 겨울이 될 때쯤이면 아마 180도 회전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동호인 10여명 겨울엔 눈밭서 즐겨▼

대형 연이 끄는 힘을 이용해 서핑을 하는 카이트 서핑이 처음 등장한 것은 10여년전. 하와이 등에서 파도를 타던 서퍼들이 바람만 불고 파도가 없는 날에도 서핑을 하기 위해 고안했다. 국내에는 지난해 보급돼 현재 동호인이 10여명에 불과한 아직은 생소한 레포츠.

그러나 화와이와 호주 등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웃 일본에서도 동호인 수가 급증하고 있다.

물속에서 하는 레포츠이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물에 빠져 카이트에 끌려갈 때 조개 등에 긁힐 수 있기 때문에 긴 잠수복을 입는 것이 좋다. 또 안전을 위해 2인 이상이 함께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에는 눈 덮힌 평야에서 스노우보드를 신고 하는 카이트 스노우보드로 변형돼 즐기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경기 화성시 어섬에서 강습(www.glide.co.kr)이 이루어지고 있다. 1일 강습비는 3만원. 문의 넥스프리(02-753-8005)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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