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극성팬 해도 너무해』

  • 입력 1999년 4월 1일 18시 45분


명문 시카고 불스를 잇달아 미국프로농구(NBA)정상에 올려놓은 필 잭슨 감독. 그가 감독을 그만 둔 이유는 극성팬으로부터의 시달림 때문이었다.

잭슨감독은 지난해 6월6일 유타 재즈의 홈구장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은퇴결심을 굳혔다. 이날 잭슨감독은 유타팬이 집어던지는 동전에 수도 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이에 열받은 잭슨감독은 차라리 감독을 그만두고 편안하게 살겠다고 결심한 것.

팬의 극성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31일 원주에서 벌어진 현대다이냇과 나래블루버드의 98∼99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 2차전 경기. 복도까지 들어찬 3천5백여명의 관중 중에는 ‘비뚤어진 승부욕’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레이저빔이 달린 강의용 지시봉을 들고와 이상민 등 현대선수의 눈에 비췄고 현대선수들은 더이상 경기를 못하겠다고 심판부에 정식 항의를 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나래가 이날 무려 26점차이로 대패하자 40대의 한 팬은 경기가 끝난 뒤 이상민에게 달려들어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일부 관중의 이같은 몰지각한 행동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선수가 잭슨감독처럼 코트를 떠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을까.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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