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의 옛글에 비추다]자녀 제대로 기르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한쪽 눈이 먼 암탉이 있었다. 오른쪽은 완전히 못 보고 왼쪽은 약간 사팔눈이어서, 모이가 그릇에 가득 담기지 않으면 쪼아 먹지도 못하고, 가다가 담장과 마주치면 갈팡질팡하면서 피했기 때문에 모두들 이 닭은 새끼를 기를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날수가 차서 병아리가 부화되었는데, 사람들이 병아리를 빼앗아 다른 닭에게 주려고 하였으나 가엾어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이 닭은 별다른 재주도 없이 항상 섬돌이나 마당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얼마 후에 보니 병아리들은 어느새 잘 자라 있었다. 다른 어미닭들은 대부분 새끼들이 다치거나 죽어서 혹 반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 닭만 온전하게 둥지를 건사하였으니 어찌된 것일까?

성호 이익(星湖 李瀷·1681∼1763) 선생의 ‘할계전(할계傳)’ 즉 ‘애꾸눈 닭 이야기’입니다. 다른 닭들이 새끼를 절반도 넘게 잃는 동안, 몸이 온전치 않아 많은 이들이 걱정하던 닭은 오히려 새끼를 제대로 건사해 냈습니다. 뭔가 비법이 있을 듯합니다.

이른바 잘 기른다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먹이를 잘 구하고 환난을 잘 막아야 한다(所謂善乳者有二, 善求食也, 善防患也).

그래서 세상의 모든 어미닭은 험한 곳 마다하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며 부리가 다 닳고 발톱이 다 빠지도록 부지런히 벌레를 잡아 새끼들에게 먹입니다. 또 까마귀나 솔개, 고양이나 개를 감시하고, 때로는 죽을힘을 다해 그들과 맞서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자면 건강하고 용맹한 어미로도 힘이 부족할 텐데 하물며 한쪽 눈을 못 보는 닭이라니요.

저 닭은 멀리 갈 수 없기에 사람 가까이에 있으면서 의지하였고, 눈으로 살피지 못하기에 항상 두려워하며 경계하였다. 행동은 느렸지만 자주자주 안아 주고 덮어 주었다. 병아리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으면서 자랐다(雛自啄拾而成矣).

이것이었습니다. 안전한 환경을 선택하고 사랑으로 보살피되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일러 주고 묵묵히 지켜보는 것, 이것이 그 비결이었습니다. 평생 자녀 주위를 맴돌며 과잉보호하고 간섭하는 이른바 ‘헬리콥터맘’과 그 자녀들에게 성호 선생이 드리는 간절한 부탁이기도 합니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자녀#암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