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8>승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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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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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리스 위더스푼. 그는 수상 후 남편 라이언 필립과 이혼하는 이른바 ‘승자의 함정’에 빠졌다.
200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리스 위더스푼. 그는 수상 후 남편 라이언 필립과 이혼하는 이른바 ‘승자의 함정’에 빠졌다.
욕망을 가득 채우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힘과 에너지 등 강하고 넘치는 것만이 우리를 전진하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부족이 더욱 도움이 되기도 한다. 주역의 건괘(乾卦)에서는 사람이 가진 기운의 단계를 용의 승천에 비유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잠룡이다.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므로 덕을 쌓으며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는 현룡이다.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 군주의 신임을 받고 덕을 널리 행하여 백성을 감화시킨다. 세 번째는 비룡이다.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은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과 같다. 마지막은 항룡이다. 하늘로 승천한 용은 그 기상이 한없이 뻗게 된다. 하지만 하늘 끝까지 닿으면 남은 것은 내려오는 일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지만 교만하기에 자칫 민심을 잃을 수 있다. 남을 무시하기 때문에 보필을 받을 수도 없다.”

지금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넘치고 꽉 찬 것은 스스로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고 갈 수도 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이른바 ‘승자의 함정’이라는 것이 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여성들이 얼마 가지 않아 대부분 이혼을 하게 된다는 속설이다. 실제로 샌드라 불럭, 케이트 윈즐릿, 리스 위더스푼, 줄리아 로버츠, 핼리 베리, 귀네스 팰트로 등 여우주연상 수상 여배우들이 남편과 이혼하거나 연인과 결별했다. 이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더는 올라갈 수 없는 상황, 혹은 욕망의 충족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오만과 편견이 생기고, 이것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채움과 결핍 사이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채움만 있고 결핍과 반성이 없다면 결국 내려오는 일만 남았을 수도 있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승자#할리우드 영화#리스 위더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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