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9>고독은 승리의 조건

  • Array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고독은 또 다른 정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완투패 후 쓸쓸히 걸어나가는 한화 류현진 선수. 동아일보DB
고독은 또 다른 정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완투패 후 쓸쓸히 걸어나가는 한화 류현진 선수. 동아일보DB
사람의 감정에는 높낮이가 있다. 흥분과 기쁨으로 들뜰 수도, 슬픔과 외로움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감정을 파도에 비유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감정적 높낮이는 단지 한 개인의 마음속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표출되고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고사성어 중 ‘교병필패(驕兵必敗)’와 ‘애병필승(哀兵必勝)’이란 말이 있다. 두 고사성어는 시대적 배경이나 출처가 완전히 다르지만 모두 감정의 높낮이를 승패의 원인으로 다루고 있다.

기원전 68년 전한(前漢)의 선제는 차사국을 정복한다는 오랜 꿈을 이뤘다. 전한의 장수인 정길과 사마희가 차사국으로 진격해 적의 항복을 받아낸 것. 선제의 군대는 자신감이 넘쳤고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차사국이 너무도 쉽게 항복하다 보니 선제의 군대가 자신감을 넘어 교만해져 버렸다. 바로 이 틈을 타서 인근 개노국에서 선제의 군대를 기습 공격했다. 갑자기 위기에 빠진 선제의 군대는 지원병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재상은 이렇게 조언했다.

“교만한 군대가 자신의 위세를 뽐내는 것을 교병(驕兵)이라 하며 이런 군대는 필패(必敗)한다고 했습니다. 선제께서는 군대를 보내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결국 지원군은 가지 않았고 장수로 출병했던 정길과 사마희는 적진에서 죽고 말았다.

애병필승은 이와 정반대의 뜻이다. ‘노자도덕경’ 제69장에는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다.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나의 보배를 잃게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거병하여 서로 항거할 때는 슬퍼하는 자가 이긴다”라고 했다.

슬픔과 외로움은 짝을 이루는 감정이다. 슬프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외로워도 슬퍼진다. 외로움과 슬픔은 들뜬 감정을 가라앉히고 교만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목표를 성취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슬픔과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외로움 때문에 위축될 수도 있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이 정한 목표에 정진할 수 있는 ‘독한 의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이남훈#고전#투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