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49>부러움 권하는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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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친구의 말에 자동차로 대답했습니다.’

예전의 자동차 광고는 현실에서 더 잘 먹혀들었다. 남자는 지난해 말 부부동반 점심모임에 새로 뽑은 고급 자동차를 몰고 가서 주목을 받았다. 아내 역시 친구 부인들 틈에서 ‘이사 무용담’을 늘어놓느라 바빴다. 무리를 해서 부자 동네 아파트로 이사를 한 직후였다.

남자는 집과 차를 자랑하는 재미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 반응에서 우월감을 느꼈다. 역시 부러움은 ‘사는 것’이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으면 돈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자 동네로 이사한 뒤 몇 주가 지나자 색다른 두 가지 느낌이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마침내 상류사회의 일원이 됐다는 만족감이었다. ‘최상위’라고는 할 수 없지만 3% 안에는 든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댁이 어디냐”고 물어봐주기를 은근히 기대했고, 질문을 받으면 오래전부터 살아온 것처럼 대답했다.

다른 하나는 ‘우리 가족만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아파트 이웃들은 친절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을 쌓은 것 같았다. 비슷한 것 같은데도 묘하게 달랐다. 그러다가 차츰 이웃의 풍요로움에서 낯선 측면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감히 넘볼 수 없는 벽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남자는 진정한 상류층이 되려면 여전히 멀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했다. 또한 이웃 사람들이 부러웠고 마침내 화가 났다.

매일 저녁, 아내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남자는 마음속에서 부러움이 암 덩어리처럼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사실, 시기심이었다. 자신이 애타게 원하는 뭔가를 남이 이미 가지고 있을 때, 그런 사실을 도무지 견디지 못하는 마음.

남의 부러움을 원하는 사람은 대개 시기심의 노예가 되기 쉽다. 그래서인지 사방천지가 시기심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넘쳐난다. 광고부터 영화며 드라마, 잡지에 이르기까지. ‘이것을 가져야만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무한 자랑 경쟁을 부추긴다. 과시의 춘추전국 시대에는 ‘부러움이 노력과 발전의 동기’라는 말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사르트르의 말대로 ‘시기한다는 것은 이미 패배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누리꾼들도 말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루저가 되지 않으려면, 부러워할 일부터 만들지 않는 게 방법인 듯하다. SNS에 들이는 시간부터 줄이는 게 상책이다. 남이 뭘 사든 어딜 가든 멋진 사진을 올리든.

과시 경쟁에 끝이 없는 것처럼 시기심에도 한이 없으니 말이다.

한상복 작가
#부러움#집#차#상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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