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미야의 東京小考]자위대는 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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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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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에 이어 이번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다. 계속되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이웃나라의 친구로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특히 희생자 대부분이 병역 의무를 수행 중인 한국의 젊은이들이라는 점에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달 초 서울을 방문한 필자는 병사들의 명복을 빌면서 문득 30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당시 서울에서 유학 중이던 나는 어느 젊은 여성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반일감정을 강하게 갖는지 알고 있나요? 바로 징병제 때문입니다.” 그녀가 주장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젊은 남성들은 군대에 있는 동안 매일같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생활을 강요받는다. 왜 이런 경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일제 지배라는 불미스러운 역사가 남북 분단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의 고통을 미처 헤아리지도 않은 채 ‘평화헌법’을 내세워 징병제는커녕 정규 군대도 갖지 않고 뻔뻔하게 평화를 향유하고 있다. 게다가 남북이 피로 피를 씻는 전쟁을 하는 동안 일본 경제는 오히려 윤택해지고, 부흥의 길을 걸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 분단의 책임이라면 북한을 지원한 소련이나 중국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은데 일본만 나무라는 것은 일방적이다.” 이렇게 반론하기는 했지만 실은 그의 말에 뒤가 켕겼다.

한국인 내면에 일본에 대한 불신

“군대에 가는 건 남자니까 여성은 관계없는 일이겠지요”라고 되물으니 “애인이 입대한 후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 커플이 부지기수니까 여자라고 남 일만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녀 역시 그런 아픔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과 한국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다.

놀랍게도 당시 전두환 정권도 비슷한 논리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북한의 위협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안전도 확보되고 있는 것이니 안보경제 협력의 일환으로 6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라는 요구였다. 일본 정부와의 교섭은 난항을 겪었지만 결국 40억 달러로 합의를 봤다. 일본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던 전성기라고는 해도 왠지 한국에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만약 당시 일본이 “그럼 헌법을 개정해 본격적인 군대를 갖추고 한국군을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한국이 거세게 반대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 일이 있기 한참 전 이승만 대통령은 “일본군이 한국군을 지원하러 온다면 남북이 하나가 돼 쫓아낼 것”이라고 말한 일화가 남아있을 정도다. 일본이 편안하게 안보를 향유하는 데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막상 도움을 주는 것은 거부하는 것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올해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7월에 열린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일본의 자위대가 옵서버(참관인)로 참가했고 연평도 포격 이후 열린 미일 해상공동연습에는 한국군이 옵서버로 참가했다. 한일 양국이 상대국의 군사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마 이승만 대통령이 알았다면 졸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과거의 문제를 넘어 한미일 연합훈련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 증강도 한미일 3국을 결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3국의 협조가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바로 이런 시점에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예기치 않은 발언이 튀어나왔다. 유사시 한국에 체재하는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 수송기를 파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조차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당치 않은 일”이라며 대꾸조차 않는 분위기다.

간 총리의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 마치 한국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인상을 줄 뿐 아니라 일본은 자국민 구출 외에는 관심 없는 나라라는 오해를 주기에 충분했다. 일국의 총리라는 사람의 외교 감각 없는 발언에 필자도 일본인으로서 부끄러웠다.

최근 자위대 파병 논란도 아쉬움

그러나 이 모든 걸 인정한다고 해도 한국의 반응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중국이나 북한을 공연히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위대와 밀접한 관계를 강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일본이 독도(다케시마)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에 자위대를 한국에 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유사시의 북새통에 자위대가 독도를 점거해버릴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그런 일은 만분의 일의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다. 만약 한반도에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자위대가 함께 전투에 참가하지는 못해도 한국으로 출격하는 재일 미군의 후방 지원은 물론 다양한 형태로 한국을 원조할 것이 틀림없다. 이승만 시대도 아니고 자위대를 적대시하려는 생각만큼은 이제 거두어 줬으면 좋겠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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