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부산발 교육혁명 이끌고 ‘10년 교육감’ 떠나는 설동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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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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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시스템 과감히 도입해야 현장 바뀐다”

《“교육감으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가 그 지역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음 달 말 10년 만에 부산교육의 수장(首長) 자리에서 물러나는 설동근 교육감은 처음으로 동시에 치러지는 시도 교육감 선거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장 교감 다채널 평가’ ‘학교 수업 공개’ 등의 프로그램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며 학교 현장 개혁을 주도해온 그는 3선 연임에 걸려 이번 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했다. 12일 부산시교육청에서 만난 그는 퇴임을 불과 한 달여 남겨두고 있는데도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분주했다. 막 임기를 시작한 교육감처럼 활기찬 모습이었다.》
“국민들이 교육감 중요성 잘 몰라 선거에도 관심부족
공교육 살리려면 교사들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데
교육감 리더십이 강해야 이런 열정을 끌어낼 수 있어”

설동근 교육감은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교육이 국가의 미래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10년 동안 부산 교육을 이끈 경험과 생각을 담은 저서다. 이틀 뒤인 12일 그를 만나 ‘교육감론 (論)’을 들어봤다. 부산=최재호 기자
설동근 교육감은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교육이 국가의 미래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10년 동안 부산 교육을 이끈 경험과 생각을 담은 저서다. 이틀 뒤인 12일 그를 만나 ‘교육감론 (論)’을 들어봤다. 부산=최재호 기자
인터뷰=이현두 교육팀장

―지역마다 교육감 선거에 여러 후보가 도전장을 냈습니다. 어떤 교육감을 뽑아야 하는지 유권자에게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교사의 열정과 헌신을 끌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교육감의 리더십입니다. 교육감이 어디에 우선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학교 현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2007년 하반기부터 전 교사의 수업 공개를 의무화했고 올해부터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했습니다. 시행 초기 ‘이벤트성 행사’라며 반대하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부실 수업을 막기 위해 밀어붙였습니다. 확실한 교육철학과 신념을 가진 후보, 학교 현장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후보, 학교 현장 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후보를 교육감으로 뽑아야 합니다. 예산과 인사라는 막중한 임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청렴성과 도덕성도 겸비해야 합니다. 또 교육은 교사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의 기관과 단체, 학부모가 모두 교육공동체가 될 때 교육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의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장님 선거’ ‘로또식 선거’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폐지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제도든지 처음 도입될 때에는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감 선거도 지금까지 투표율이 낮았던 것은 처음 도입돼 국민이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나의 미래와 우리 도시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교육감 선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도 모 지역 교육감이 부산에 와서 무상급식을 홍보하고 갔습니다. 이건 다분히 정치적 행위입니다. 자기 지역도 아닌 곳에 와서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교육감의 지역과 부산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부산에서 진정한 교육복지는 무상급식이 아닌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을 학교가 맡아주는 것입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아이들을 종일 학교에서 봐주는 ‘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이것이 진정한 교육복지입니다. 교육 재정상 부산에서 무상급식은 꿈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치적 행위 등의 문제점은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 개혁을 위해 교사의 역할을 가장 강조하고 있죠.

“교육의 답은 교사입니다. 수업을 잘 못하는 교사는 교사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수업을 부실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자는 학생을 두고 수업하는 교사는 교사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학원에서 배웠지?’라고 말하는 교사가 있다는 얘기를 아직까지 들어야 합니까.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끌어내지 못하는 교장 또한 학생들에게 죄 그만 짓고 명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수업을 제대로 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에 대해 인센티브나 페널티가 없었습니다. 수업이 생존과 직결되는 학원 강사와 달리 교사들은 정년이 보장돼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하는 교사도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 있는 교사를 교단에서 내보내는 문화는 형성돼 있지 않았습니다. 교장 교감 다채널 평가를 도입한 것은 이런 폐단을 끊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평가를 통해 상위 3%에게는 특별연구비 지급 등 파격적 혜택을 줬고, 반대로 하위 3%에게는 중임자격 제한 등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대해 여전히 교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 도입되는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 교장 교감 다채널 평가를 실시할 때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나씩 보완해 가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교원평가제가 입법 과정에서 약간 변질은 됐지만 평가를 한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교원평가제는 학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정부가 교육비리 근절을 위해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모두 반대하고 있습니다.

“양 단체의 반대 이유가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내부 공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경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부 공모 확대는 성과를 봐 가면서 해야 합니다. 반면 교총은 공모제가 교장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줘 학교가 붕괴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해보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모제 교장들이 학교 현장에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교장 교사의 위치가 아닌 학생들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파악해 교육이 고통이 아닌 희망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안주하는 것으로 국민의 눈에 비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로 학교 현장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제도가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봐야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교육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사람이 아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부산의 경우 사무관 승진 심사 때 심사위원을 당일 아침 경찰관 입회하에 추첨을 통해 선정해서 심사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육감이 교장 개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교장 교감 다채널 평가를 인사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는 것처럼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부산시교육청은 3월부터 모든 학교에 2000만 원 이하의 수의계약은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학교장터’ 사이트를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10년 동안 지켜온 교육감에서 물러나게 돼 많이 섭섭할 것 같습니다.

“전혀 섭섭하지 않습니다. 물러나는 날까지 처음 시작했던 날과 똑같은 자세로 일을 할 겁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있습니다. 10년 동안 교사들의 잡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시의회와 국회의 감사 등으로 인해 교사들에 대한 요구사항이 너무 많습니다.”

인터뷰=이현두 교육팀장 ruchi@donga.com:설동근 교육감:

―1948년 경남 의령 출생

―1967년 마산고 졸업

―1969년 부산교대 졸업

―1969∼1975년 부산 용호초등학교, 좌천초등학교 교사

―1983∼2000년 삼영선박 대표

―1998∼2000년 부산시 교육위원

―2005∼2006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장

―2000년∼현재 부산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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