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日‘다케시마 자료집’반박서적 낸 나이토 세이추 교수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3분


“독도〓한국땅 밝히는 건, 日명예 위한 것”

학자적 양심에 따라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본인 학자가 몇 명 있다. 독도 전문가인 나이토 세이추(內藤正中·79) 시마네(島根)대 명예교수도 그중 한 사람.

최근 그가 ‘다케시마(竹島·독도)=독도 문제 입문’(신칸샤·新幹社)이란 제목의 저서를 보내왔다. 일본 외무성이 2월에 발간한 자료집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포인트’를 조목조목 논박한 소책자다.

3년 전부터 가나가와(神奈川) 현에서 홀로 칩거생활을 하는 그를 8일 찾아갔다.

책을 낸 이유를 묻자 나이토 교수는 “자료집을 보니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 중 형편에 맞는 부분만을 끌어다 쓰고 불리한 사실은 아예 무시해버린 일방적이고도 조잡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 자료집이 교육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대개의 일본인은 독도에 대해 무지하다. 게다가 독도 문제는 책 몇 권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교사들이 뭘 참고로 할까. 이런 정부 자료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새 책은 외무성 주장에 대해 그간의 연구 성과를 총동원해 논박하되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령 ‘일본은 17세기 중반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립했다’는 주장에 대해 1695년 바쿠후(幕府)가, 1877년 메이지(明治) 정부가 각기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린 공문서를 제시했다.

또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맡기자고 하는데 한국이 거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은 당초부터 영유권을 갖고 있어 굳이 국제사법재판소에 확인을 구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인으로서 이런 주장은 국익에 반하는 것 아닌가.

“국익에 반한다고 역사적 사실을 바꿀 수 있나. 오히려 역사를 존중하는 것이 국익이 된다. 나는 일본의 명예를 위해 이 책을 정리했다.”

―그간 우익의 위협 같은 건 없었나.

“2005년에 40여 년간 살아 온 시마네 현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곳에 머물렀다면 공격 대상이 됐을지 모르지만 숨어 사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내 나이 80이고 거동도 불편하다. 건드려서 뭐하겠나.”

―독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3년 시마네대를 퇴직하고 돗토리(鳥取)대로 옮겼는데 향토자료관에 독도와 관련한 희귀자료가 잔뜩 있는 걸 발견했다. 학자로서 연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일본인인 내가 ‘독도는 일본 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밝혔으니 이제는 한국 학자가 ‘독도는 한국 땅’임을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도 문제로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사료를 뒤져 결정적 증거를 들이대 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독도가 한국 땅임을 밝혀줄 사료는 좀 더 나올 수 있다”며 한 가지 예를 들었다.

“1900년 대한제국이 공포한 칙령 제41호에는 ‘울릉도’를 ‘울도’로 개칭하고 죽도(竹島)와 석도(石島)를 더해 울도군을 설치한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서 석도는 울릉도민이 속칭 ‘돌섬’이라 부르는 독도가 분명하다. 아쉬운 것은 독도를 석도라 칭한 사료가 이것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변 사료, 가령 당시 신문기사나 관청 서류 등을 찾아보면 석도가 독도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학자들이 좀 더 분발했으면 한다.”

가나가와=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나이토 세이추 교수:

△1929년 오카야마(岡山) 생

△1953년 교토(京都)대 경제학부 졸업

△1968∼1993년 시마네(島根)대 교수

△1993년∼시마네대 명예교수

△1993∼2003년 돗토리(鳥取)단기대 교수, 돗토리 단기대 동북아문화종합연구소장

△저서: ‘시마네 현의 역사’ ‘일본해 지역의 재일조선인’ ‘다케시마를 둘러싼 한일관계사’ ‘다케시마=독도 논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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