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한국형 핵융합로 ‘KSTAR’ 완공 신재인 국가핵융합硏 소장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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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인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한국은 핵융합 연구에서 후발주자지만 장기인 ‘쇼트트랙 막판 뒤집기’의 묘미를 살리면 선진국을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재인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한국은 핵융합 연구에서 후발주자지만 장기인 ‘쇼트트랙 막판 뒤집기’의 묘미를 살리면 선진국을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국가핵융합연구소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한국형 핵융합로 ‘KSTAR(케이스타·정식 명칭은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실험장치)’가 개발에 착수한 지 11년 8개월 만인 이달 초 완공됐다.

KSTAR는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인 핵융합이 실제 발전에 활용 가능한지 연구하는 장치. ‘땅 위의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린다.

KSTAR의 완공은 유럽과 미국, 일본 주도의 핵융합 연구 판도에 신참 한국이 도전장을 내민 획기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14일 KSTAR의 완공식을 앞두고 이 실험장치의 건설과 운영을 맡은 국가핵융합연구소(옛 핵융합연구센터)의 신재인(65) 소장을 만났다.

신 소장은 “한국이 ‘쇼트트랙의 막판 뒤집기’ 전략을 잘만 활용하면 핵융합 선진국을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가장 최신 장치인 KSTAR를 이용해 선진국이 하지 못하는 연구에 집중하면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핵융합 시대가 열렸다고 떠들썩하던데 KSTAR는 정확히 어떤 장치인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게 핵융합 반응이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섭씨 1억 도가 넘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플라스마 상태가 돼야 한다. KSTAR는 이 고온의 플라스마를 연구하는 장치다. 실제 핵융합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장치는 아니다. 이번에 KSTAR를 지었다고 바로 핵융합 시대가 열렸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제 시작이다.”

―KSTAR 완공이 갖는 의미는 뭔가.

“KSTAR는 토카막이라는 특수 초전도 자석을 써서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둬 둔다.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2015년에 프랑스에 들어설 국제핵융합실험장치(ITER)만이 이 방식을 쓴다. KSTAR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이 함께 짓는 ITER의 20분의 1 축소판 모델이기도 하다. KSTAR에서 나온 연구 결과는 훗날 ITER의 운영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핵융합로를 지을 때 중요한 참고 자료와 지침이 될 수 있다.”

KSTAR는 11년 8개월 동안 많은 기록을 남겼다. KSTAR의 초전도 자석을 휘감은 얇은 초전도 필라멘트의 길이만 총 3765만1590km. 지구와 달을 48회나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실험동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된 콘크리트 양은 5만1263m³에 이른다. 아파트 1000채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공사비만 3090억 원이 들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나라도 어려운데 성과가 불확실한 연구에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다행히 해외에서 연구 성과도 나고 국내에서도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비판 의견은 수그러들었다.”

―핵융합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핵융합 발전만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 핵융합 발전에 성공한다고 해도 풍력과 태양에너지 같은 신재생 에너지, 원자력, 화력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다. 핵융합은 그중 상당 부분을 떠안을 뿐이다. 또 하나 핵융합 에너지는 완벽히 깨끗한 에너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핵융합 과정에서 방사능을 가진 폐기물이 일부 나온다. 원자력발전처럼 강한 방사능을 띠지 않고 오랫동안 남지 않을 뿐이다.”

―현재 핵융합 발전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원유 가격이 현재보다 10∼20배 뛴다면 지금도 핵융합 발전이 경제성이 있다. 석유가 고갈되거나 석유 값이 폭등하면 핵융합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 사이 핵융합 발전 단가를 더 낮추는 연구가 끝나야 한다.”

―핵융합 연구는 왜 그리 오래 걸리느냐는 불만이 많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다. 원자력발전을 살펴보자. 한국은 1958년 미국에서 트리가 마크 2형 연구용 원자로를 들여와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형 원전을 만들자고 생각한 게 1977년이고, 그로부터 20년 뒤인 1997년에 가서야 한국형 표준 원전이 발전소에 도입됐다. 원전 하나를 개발하는 데 30∼40년을 투자한 셈이다. 핵융합 연구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EU, 러시아 같은 나라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이 안 됐다.”

―핵융합 발전이 경쟁력을 갖추게 될 시점은 언제쯤으로 보나.

“2005년 EU는 5가지 종류의 핵융합 발전소 설계도를 발표했다. EU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ITER 프로젝트와 미국 일본 한국 등 다른 소형 핵융합실험장치의 연구 결과를 참조해 이를 한두 가지 모델로 만들 것이다. 이것이 2025년쯤이다. 이를 토대로 시험용 핵융합로를 만들어 운용하는 데 5년, 다시 그 결과를 토대로 상용 핵융합 발전로를 만들어 운용하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 2045년께면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발전소의 전기를 가져다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완전한 보급은 그 후의 일이다.”

:신재인 국가핵융합연구소장:

△1942년 광주 출생 △1965년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1967∼1972년 원자력청 연구원 △197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핵공학과 박사 △1983∼1991년 한국전력기술 부설연구소장 △1993∼1996년 한국원자력연구소장(현 한국원자력연구원) △1996∼1997년 미국 하버드대 교환교수 △2003년∼ 한국핵융합협의회장 △2005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국가핵융합연구소장, 과학기술부 미래국가유망기술위원회 위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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