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규한]북극 다산과학기지의 꿈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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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스발바르 섬에 있는 스피츠베르겐 지역의 화성(火成)활동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6월 한 달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방문했다. 다산과학기지는 북위 79도의 대서양 북단의 뉘올레순 국제과학 연구단지에 한국해양연구원이 2002년 4월 설립했다. 과학기술부 국가지정 연구실이기도 하다.

뉘올레순 국제과학연구단지에는 각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킹스베이 해양실험실과 노르웨이의 스베루프 연구기지, 측지관측소, 제페린 관측소가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알프레트 베게너 연구소, 성층권 변화 감지 네트워크 관측소, 중국의 북극 황허(黃河)기지, 일본극지연구소 북극관측기지 등의 과학기지가 몰려 있다. 올해 여름에 러시아와 인도의 과학기지가 새로 들어선다.

빙하로 덮인 스발바르 주변 지역은 4월부터 8월까지 백야가 계속된다. 고위도로 갈수록 백야가 길어진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밤이 계속되는 특수한 환경이다. 여름철의 평균 기온은 5도 내외이며 겨울철은 평균 영하 15도 내외다. 연평균 강우량이 370mm로 대단히 적어 북극의 사막으로 부르기도 한다.

초여름 갈색 이끼로 덮인 북극 툰드라 지역에 눈이 녹기 시작하면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딘 북극자주범의귀, 북극장구채, 북극담자리꽃나무, 북극버들이 붉거나 노란색을 드러내 생명의 신비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뉘올레순 지역은 다양한 피오르 해안과 북극곰, 조류와 이끼식물이 서식하는 툰드라 지역의 육지조건을 함께 갖춰 북극의 생태계를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지질학적으로는 선캄브리아기 기반암에서 칼레도니아 조산대, 제4기 화산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질시대의 지층이 발달했고 온천 석탄 석유 천연가스 금 등 금속 광물자원이 많다.

세계 여러 나라는 뉘올레순에 과학연구기지를 설립하고 있다. 각국의 연구주제를 종합하면 해양생물(32%) 대기연구(30%) 지구자원(13%) 육상식물(6%) 화학(2%)의 비중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다산과학기지를 중심으로 극지해양생태계에서 해양 플랑크톤, 규조, 미세 해조류의 분포 특성에 대해 야심 차게 연구하고 있다. 다산과학기지보다 2년 늦게 설립된 중국의 황허연구기지는 빙하 모니터링, 유기오염원 연구, 생물다양성 연구 등 11개 중점 과제를 연구한다.

다산과학기지는 지구환경 및 대기와 생태계 모니터링, 극지 생태계의 특성 연구뿐만 아니라 북극해 주변에 매장된 미지의 석탄 석유 천연가스 금속광물자원의 탐사 연구센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는 오존 및 대기권 오염물질을 추적하기 위해 라이더 레이저 관측 장치와 기저표면반사(BSRN) 관측망 등의 연구시설을 갖추고 다수의 인력을 상주시킨다. 그러나 다산과학기지는 현재 여름 몇 달 동안 한시적으로만 연구원이 방문한다. 연구 인력 확충과 업그레이드된 관측 장비 보완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북극 동토는 남극대륙과 함께 인류의 마지막 희망의 땅이다. 오존층 에어로졸 지구온난화 해양생태계 변화의 모니터링을 통한 지구환경 감시망 운영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뉘올레순 국제과학연구기지는 최근 극지환경 체험의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다산과학기지가 과학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범지구적 환경보전 및 전략광물자원 탐사를 위한 핵심 연구기지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북극 다산과학기지에서>

김규한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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