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강주명]대체에너지 개발, 산 넘어 산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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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발견은 인류 역사에서 인간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이다. 불의 발견으로 인간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됐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불을 태우는 연소원도 끊임없이 진화돼 왔다.

시대에 따른 주요 에너지원의 변천을 화학성분 측면에서 조망해 보면 탄소 덩어리인 고체 상태의 석탄에서 다수의 탄소분자와 수소분자가 고리 형태로 연결된 액체 상태의 석유를 거쳐 탄소분자와 수소분자가 단순하게 결합된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로 변천했다.

에너지원의 분자구조가 단순화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에너지원의 진화 과정이 이런 추세로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천연가스에서 탄소분자를 완전히 제거한 수소에너지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된다.

1950년대에 새로운 에너지로 등장한 원자력은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천사 같은 대체 수단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원자력은 연료원인 우라늄 광물자원이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고, 폐기물 처리와 같은 골치 아픈 환경문제를 일으키며, 운영의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므로 아직도 미완성 에너지다.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에너지는 2차 에너지로서 석탄 및 천연가스 등의 화석에너지에서 수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대용량 에너지로 실용화하려면 고난도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 인프라의 근원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화석에너지의 또 다른 대체원으로 거론되는 바이오에너지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콩 등의 곡물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다. 비고갈성과 환경친화성을 갖춘 점이 매력적인데 산림자원의 에너지원 활용이 지구를 황폐화시켰던 역사적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0여 년간 브라질이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알코올을 가솔린과 혼합해 만든 가스콜을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한 후 사탕수수와 옥수수 가격이 40∼50% 폭등하고, 관련 작물의 재배 면적이 늘어 식량자원의 균형성을 잃어 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과 브라질같이 식량자원을 수출하는 국가에서 바이오에너지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면 에너지 문제가 식량 문제로 바뀌어 지구상의 기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등장한 수소에너지와 바이오에너지는 이처럼 많은 기술적 사회적 한계를 극복해야 경제적으로 실용화가 가능하다. 지구를 유토피아로 바꿀 완전한 에너지원의 개발은 인류가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지구적 숙제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까지도 화석에너지가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8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화석에너지원의 생산력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분은 오일샌드 등 비재래적 자원의 개발, 기존 유전에서의 추가적인 생산기술 개발, 극지나 심해 등의 화석에너지 개발 영역 확대와 에너지원의 다양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현재의 주에너지원인 석유는 연료원보다는 화학성 첨단 합성 소재의 원료로 사용을 전환하는 방안이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양 속담인 ‘모르는 악마보다는 아는 악마가 낫다(Better the devil you know than the devil you don't know)’가 의미하는 것과 같이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막연한 장밋빛 기대보다는 기존 에너지 자원의 개발 영역 확대, 효율성 향상을 통한 절약, 청정화 방안 강구 등이 현 단계에서 인류의 지혜로운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

강주명 서울대 교수 에너지시스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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