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윤혜경]“초등학교 과학교사가 없어요”

  • 입력 2005년 2월 2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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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에 대한 과학교육의 열기가 뜨겁다. 과학적 사고와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과학을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관찰해 보면 아쉬움이 많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미국의 한 유명 과학관의 전시물을 임대해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은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초등학생들로 붐볐다. 그런데 전시물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지식을 엄마가 열심히 설명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이는 전시물을 조작하고 관찰하며 스스로 사고하고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잘못된 과학지식을 배우고 있었다.

필자에게는 초등학교의 과학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 초등교사들도 학생지도에 열의가 매우 높다. 정성스럽게 색깔별로 학습지를 준비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노래나 만화를 도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실험이나 탐구활동 지도에서 종종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교사의 사전준비 소홀로 실험 결과를 제대로 얻지 못하거나, 실험 활동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찰과 데이터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교사나 학부모의 열의는 높지만 과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교육은 대부분 가정보다 학교에서 이뤄지므로 여기서는 초등교사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저학년 담임은 주당 25시간, 고학년 담임은 주당 32시간의 수업을 감당해야 한다. 모든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매년 담당 학년이 달라진다면 6년 뒤에나 다시 같은 내용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당연히 교재를 충분히 연구하기 어렵다. 특히 과학 수업을 위해선 여러 가지 실험기구나 재료를 준비하고 사전 실험을 해보는 등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한다. 중등교사는 수업이 없는 빈 시간에 한 번 실험 준비를 해서 여러 반을 지도할 수 있지만 초등교사는 전날 준비하지 않으면 연속되는 수업 중에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과학실험 시간이 교실에서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혹자는 과학에서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수업이 남용되는 것을 빗대 ‘멀미 나는 수업’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초등학생들의 전인적·통합적 발달을 위해 학급 담임제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일부 교과에서는 그 교과만 가르치는 ‘교과 전담제’가 199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과학은 여러 이유로 영어, 체육, 음악, 미술 등에 비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선 단순히 교사가 쇼맨십을 발휘하고 교구를 많이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며 자연현상의 원리를 깨닫는 즐거움, 그리고 진정한 탐구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형성시키는 핵심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초등학교에서 과학 교과를 전담하는 교사를 양성하고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 과학 교과가 영어나 체육처럼 전담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아이들의 과학교육에 대한 학부모들 근심의 상당부분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윤혜경 춘천교육대 교수·과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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