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선영]줄기세포 연구가 결실보려면…

  • 입력 2005년 2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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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쾌거가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한껏 높아졌다. 이 세포의 의학적 잠재력과 황 교수의 카리스마가 시너지를 이루며 배아줄기세포는 한국 생명공학의 최고 자랑거리이자 최대 바이오 프로젝트로 부상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집중지원과 언론의 열광적인 보도는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한번쯤은 배아세포 배양의 흥분에서 깨어나 주위를 살펴볼 때가 아닌가 한다.

황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실제 인간에게 사용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들이 일반 언론에서 적절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황 교수팀의 업적은 세계 최초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우리가 원하는 특정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그뿐 아니라 특정세포를 만들었다 해도 이것이 실제 치료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예를 들어 완벽한 신경세포를 만들어 뇌의 치매 부위나 척추의 손상부위에 주입하더라도 환자의 기억이 재생되거나 하반신 불구자가 일어나 돌아다닐 수는 없다. 또한 모든 치료제 개발은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는 최소 5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모든 관심이 줄기세포의 치료효과에 몰려 있는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이 간과되고 있다.

첫째, 줄기세포 연구의 성공은 세포생물학, 면역학, 생화학, 분자유전학 등 수많은 전공들 간의 협동 연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둘째,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윤리적 문제가 거의 없는 이 분야에서 좋은 성과가 나온다면 줄기세포 연구는 상당부분 배아에서 성체세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적절한 비율로 병행돼야 한다. 셋째, 줄기세포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종류의 기초연구는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실제 줄기세포 연구도 치료제 개발이라는 측면보다 인간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출발했다.

황 교수와 그 연구팀이 이룬 성과는 생명과학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개가(凱歌) 뒤에는 수정란을 확보하기 쉬웠던 한국 특유의 현실, 다수의 수정란 사용을 통한 성공률의 극대화, 뛰어난 미세주입 기술, 황 교수 개인의 강력한 추진력 등이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현대적인 기법과 개념이 총동원돼야 하고, 기초와 응용과학 부문 모두를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조직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또 제한된 자원에서 성공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력 등 예전과 다른 차원의 필요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줄기세포 연구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언론은 기사화를 절제하고, 관련 연구기관들은 자체 홍보수단으로 성과를 발표하거나 황 교수를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시민에게 오도된 정보가 제공되는 일이 반복되면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냉대와 경멸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영 서울대 교수·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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