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이수훈]6자회담은 계속돼야 한다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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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지 정확하게 2년이 지났다. 당시 북핵 문제가 등장했을 때 그 파문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점은 대개 예견한 바 있다.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리라고 전망한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에게 무겁고도 장기적인 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었다. 다수 분석가들의 예견대로 북핵 문제는 장기전에 들어가 난항을 겪고 있으며 현 정부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美대선 이후 대비할 때▼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국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공습을 감행하는 것을 본 우리로서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풀어 간다는 원칙을 끌어내고 그 바탕 위에서 6자회담 틀이 마련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를 절감하게 됐다. 6자회담이 이루어진 데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수렴된 탓도 있지만 우리 외교팀의 노력이 돋보였던 성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은 열릴 때마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이해득실이 모두 다른 6개국이 모여 대화하고 결과를 끌어내는 일이니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던 점도 이해할 만하다. 지난 초여름부터 남북관계가 냉랭해지고 미 대선이 본격적 국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9월 말에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제4차 회담이 결렬됐다. 이제 미 대선 전에 6자회담이 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선 이후를 대비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미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건 미국의 대북(對北) 태도에 특기할 만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한, 우리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지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한시라도 등한시할 수 없다. 6자회담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용한 틀이지만 동북아지역에서 처음으로 다자주의 안보틀의 제도화 가능성을 열어 주는 의미도 있기에 반드시 살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마침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물밑접촉이 활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주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차례로 만나 6자회담이 유용한 틀이며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고,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대화 지속과 평화적 해결을 재확인했다. 이번 주말에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이어 한국을 방문해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아울러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다음 주 초 서울을 방문하는 데 이수혁 수석대표와 회담이 잡혀 있다. 6자회담이 이런 일련의 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각국의 노력이 바로 미 대선 이후를 대비하는 방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즉 대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와도 6자회담은 이어 가고 발전시킨다는 전략 목표를 일치시키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북핵 문제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국에 가장 큰 짐이기에 한국 정부의 노력이 가장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북핵 문제를 장기적 과제로 진단하고 6자회담을 통해 풀어 간다는 방침이 선 이상 핵문제와 별도로 대북 정책을 펼치는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남북경협과 관광 및 교류가 그나마 지속되고 있는 데는 김대중 정부 정책의 약발이 이어진 덕이지 참여정부가 평화번영정책을 펼쳐서가 아니다.

▼北, 더 시간 끌어선 안돼▼

더욱 아쉬운 점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시간을 끌어서 자신에 유리해질 소지가 없는 것이다. 시간을 끌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할 의도가 아니라면 하루빨리 정치적 결단을 내려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이미 발효되어 손쓸 길이 없다. 한국의 핵물질 실험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소관으로 북한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이런 일들을 6자회담에 연결시켜 흠집을 내서는 안 된다.

이수훈 객원논설위원·경남대 교수·국제정치경제 leesh@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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