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박용우/건강기능식품 ‘비용-효과’ 따져야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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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식품이나 기능성식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필자도 요즘 방문판매로 구입한 캡슐을 아침식사 후 의무적으로 먹는다. 아내의 남편 사랑 덕분이긴 하지만 1조8000억원 규모로 알려진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인기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권 의료계가 이런 욕구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역기능 향상, 원기회복, 스트레스 조절 등 병원에서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지 못하는 건강문제는 분명 의료계의 틈새시장이다.

둘째, 인터넷의 발달도 큰 몫을 했다. 인터넷은 건강정보를 손쉽게 얻고 건강기능식품 구입 경로도 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손쉽게 건강을 얻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술 담배를 즐기면서도 건강식품 복용으로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 한다. 한국 사람은 음식과 약물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는다. 한의학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고 예로부터 섭생을 건강관리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 온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곧 이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 같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8월 27일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은 건강보조식품 특수영양식품 자연식품으로 나뉜 건강식품 시장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일원화해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감독 관리하게 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공급자들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만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 새로운 물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므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졌다. 또 기능성 표시 광고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허위 과대 광고를 규제해 소비자가 올바로 판단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의사나 약사들도 비타민 등 일부 영양보충제를 제외하고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지 못하다 보니 효능을 믿지 못하고 환자에게도 선뜻 권하지 못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 이용자가 갈수록 늘면서 일부에서는 이런 제품과 약물의 상호작용 및 부적응증도 밝혀지고 있다. 의사나 약사들은 환자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올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도해야 한다.

안전성이나 객관적 효능 못지않게 고려해야 하는 게 비용이다. 다이어트 식품을 비롯한 일부 비만치료보조제는 부작용 없이 살을 빼 준다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일부 제품은 그 효능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데도 천문학적 개발비와 수년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해 객관적 효능이 입증된 약물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 약물과 달리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비용-효과’의 단순 논리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혈액순환에 좋다는 마늘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간이나 콩팥에 해롭다. 그런가 하면 전문의약품도 식물이나 음식 성분에서 추출한 것들이 많다. 효능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방법은 비용 낭비로 끝나기 일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국민 건강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도록 정부 업계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용우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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