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양정현/암 잘라냈더니 내 가슴 돌려달라고?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49분


코멘트
“선생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수술은 잘 마쳤습니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수술에 들어가 보니 유방을 보존할 수 없을 정도로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유방 전체를 절제했습니다.”

“예?”

“암세포가 넓게 퍼져 있으면 유방을 보존하기 어렵다고 설명 드렸잖아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환자의 한쪽 유방을 절제했습니다.”

“마누라의 한쪽 가슴을 잘라냈단 말씀이십니까?”

“사람이 살아야 하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선생님 유방이 아니라고 그렇게 아무렇게나 잘라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어이없는 일이었다. 환자의 유방에는 암세포가 심각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수술에 들어간 의사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당연히 환자의 생명이다. 무리하게 유방을 보존하면 재발과 수명이 단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의 한쪽 가슴이 없어진 것만 탓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물에 빠진 사람 구해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의사가 무책임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야속하기까지 했다.

유방암 수술 과정에서는 이처럼 환자와 의사간의 갈등이 드물지 않게 생긴다. 가장 큰 이유는 유방암 수술의 목적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은 세 가지 목적에서 시행된다.

첫째, 유방과 주위 조직에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둘째, 다른 추가 보조치료법의 필요성을 알아보려면 림프샘의 상태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겨드랑이의 림프절을 절제한다. 셋째, 환자의 예후, 즉 전이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조직검사용으로 주변 종양을 떼어 내는 것이다.

수술 방법으로는 우선 19세기 말부터 행해지고 있는 근치 유방절제술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유방을 모두 잘라내고 주위의 가슴근육, 그리고 겨드랑이 림프절을 몽땅 들어내는 수술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결과도 시원치 않고 부작용도 심한 게 단점이다. 유방촬영기 등 진단기구의 개발로 유방암의 조기발견이 가능해진 최근에는 유방을 보존하면서 방사선 치료법과 항암치료를 겸하는 치료법이 유행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유방을 무조건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방을 보존하려면 우선 혹의 크기가 작아야 한다.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는 크기만이 아니라 현미경으로 봤을 때 크기가 일정 기준 미만으로 작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 전에 유방의 보존 여부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암조직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경우에는 유방을 전부 절제하는 것만이 완전한 치료법이다.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더라도 나중에 유방복원 수술을 통해 아름다운 유방을 되찾을 수 있다. 복원수술은 절제수술과 동시에 할 수도 있고 항암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 6개월이나 1년 뒤에 할 수도 있다. 자기 몸의 다른 근육을 떼어 유방을 만들거나 인공유방을 삽입한다.

보호자는 이러저러한 설명에 비로소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나 보호자들은 모든 의사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양정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일반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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