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양정현/"엄마, 내 가슴에 멍울이 생겼어요"

  • 입력 2002년 11월 18일 18시 37분


어느 날 아침 병실을 회진하는데 한 유방암 환자를 간호하고 있던 환자의 딸이 필자에게 말을 걸어 왔다. “선생님, 이번 기회에 저도 암 검사를 받아봐야 되겠어요. 그동안 무관심했는데 엄마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필자는 “어휴! 너무 예민해지신 것 같네요. 우리 병원에 따님 아니어도 환자가 너무 많은데…”라고 농담으로 받아 넘겼다. 며칠 후 그는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선생님, 아무래도 유방이 이상하다고 하네요. 유방촬영에서 뭔가 보인다는데 진찰을 받아야겠어요”라고 하질 않는가. 그래서 바로 외래에서 진찰을 해보았더니 공교롭게도 유방암이라는 진단이 나와 어머니와 딸이 동시에 병실에 누워 유방암 수술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

암은 이미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중 1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약 25만명의 암환자가 신음하고 있고, 매년 약 10만명가량의 암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암은 민족에 따라 종류가 달라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즉, 서구에서는 전립샘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위암 간암 자궁암 등이 흔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 대장암과 유방암이다. 이는 생활패턴, 그중에서도 식생활 등이 점점 서구화됨에 따라 암의 발생양상도 서구를 따라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듯 아직까지 유방암은 원인이 확실치 않아 술, 담배, 비만, 고지방 육류 등은 피하고 규칙적 운동, 신선한 과일과 야채 섭취 등 일반적인 암 예방법 외에 유방암만의 효과적인 예방법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유방암에서는 예방법 못지않게 자가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유방암 환자들의 90% 이상은 유방에 혹이나 멍울이 만져져 진찰을 받으러 온다. 이렇게 멍울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은 아니지만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자가검진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멍울이 있는 환자 중 80% 이상은 섬유선종이나 낭종 같은 양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인 경우는 대개 딱딱하고 아프지 않은 불규칙한 혹덩어리가 만져진다. 그리고 유두(乳頭) 분비물, 유두 함몰, 유방피부 함몰, 유두 습진, 겨드랑이 멍울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바로 전문의를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하면 치료에 성공할 확률이 비교적 높다. 이를 위해 20세 이상의 여성은 매달 유방에 대해 자가검진을 해야 한다. 또한 35∼39세에는 유방 X선 촬영을 한 차례 한다. 40∼49세에는 위험인자가 있을 때는 매년, 없을 경우엔 2년마다, 50세 이상에서는 매년 촬영하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에는 조기암의 경우 유방을 남기면서 암과 그 주위만 제거하는 유방 부분 절제술이 사용되어 환자들에게 미용상 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대에 흔히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유방 자가진찰법이 경제적이고 유효한 건강관리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양정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일반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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