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프리즘]박재창/大選에 가린 지방선거

  • 입력 2002년 3월 19일 18시 57분


6월 13일은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다. 오늘로부터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렇게 가까이 선거일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 선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너무나도 낮다. 온통 대통령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탓이다. 그러나 가만히 따져 보면 지방정부 선거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정치행사도 따로 없다.

단순히 지방정부가 민주주의의 훈련장이라거나 생활세계의 과제를 다루는 근린정치의 표본이라는 교과서적 의의를 상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만일 우리 모두가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가 새로운 시대환경에 걸맞은 질서와 관행을 새롭게 짜는 전기가 바로 대통령의 교체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이라면, 그런 개혁과제의 보다 효율적인 집행을 약속해 줄 제도적인 장치는 바로 지방정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중심 개혁 실패로▼

권위주의 시대를 마감한 후 우리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던 다양한 개혁 프로그램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개혁과제를 중앙정부 중심으로만 접근했던 탓이다. 세상은 급속히 다양화하고 다원화하는 데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프로그램은 이런 사회적 수요를 외면한 채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주의와 일원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럴 때 개혁작업의 결과가 어떨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노릇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가변형 사회에서 개혁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집행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개혁 현장의 요구와 주문에 걸맞게 개혁과제를 조정하고 모색하는 탐색적인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개혁 과제에 대한 분권적이고 현장 밀착적인 접근전략 이상의 효과적인 대안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각급 자치정부의 개혁 주체화 작업이 필요 불가결한 요구라는 말이다.

개혁 프로그램의 수준에 있어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왔던 개혁 프로그램의 대종은 중앙정부의 관리양식을 보다 합리화해서 국정운영상의 경제성이나 능률성을 제고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된 국정운영 방식이 국가경영상의 비경제와 비효율을 낳는 주요 원인이 되어 있는 곳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기능 재조정이나 관계 재설정만큼 시급한 과제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헌정적 수준의 구조 개편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혁과제와 관련된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주문이 정당성을 지니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지방정부의 개혁지향성 확보와 이를 토대로 하는 가시적 성과를 실증하는 일이 선결과제다. 개혁적 자치정부를 구성해서 개혁과제 수행 과정에서 적실성과 효율성을 거두는 성공사례를 축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정부 구성단계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여 개혁 성향과 업무추진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자치정부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전략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때마침 이번의 지방자치 선거에는 그동안 사회변혁운동 차원에서 사회개혁과 정부 감시를 위해 노력해 온 일부 시민운동단체들이 후보 추천을 선언하고 나섰다. 자치정부를 사회구조 개혁, 특히 정치개혁의 발판으로 삼아보자는 발상의 결과다. 시민운동이 정당정치의 연장선상에 들어선다는 일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면, 이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그 결과가 몹시 궁금해지는 실험적 도전이다.

▼개혁의 앞날 지자체에 달려▼

무엇보다도 거듭 실패하고 있는 정부의 개혁전략에 대해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자 대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시민운동단체들이 단체의 명예와 권위를 걸고 몇 개의 대표적인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범적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간다면 이는 우리의 정치개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있을 지방자치 선거의 결과가 이 나라의 개혁이 앞으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예견하는 시험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교체를 통해서 사회개혁에 나서는 일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실감한 만큼, 이제는 자치정부의 개혁 주체화 전략에 주목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 만큼 이번의 지방자치 선거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겠다. 이 나라 개혁의 성패가 이번에 있을 자치정부 선거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안목을 보다 널리 확산시키는 국민운동이라도 일어나야 하겠다.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의회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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