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오우택/新藥은 「땀」으로 만들어진다

  • 입력 1999년 7월 19일 19시 41분


국산 신약1호인 ‘선플라’라는 항암제가 시판되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년 미국에서 개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비아그라’를 보면 된다. 20세기에 개발된 신약은 아스피린이 대표적이다. 페니실린 백신 당뇨병치료제 및 고혈압치료제 등 각종 질병치료제 신약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는 거꾸로 이 약품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래의 인류는 정보산업에 버금가는 의약품의 발전을 목도할 것이다. 21세기에는 공포의 암을 치료하는 차세대 항암제가 개발될 것이다. 치매를 치료하고 노화를 억제해 모두가 젊고 장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는 옛말이 되고 전염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이 신기하게 느껴질 것이다. 피부 색깔을 변화시켜 모두가 백색 피부를 자랑하며 아침마다 먹는 한 알의 알약 덕택으로 자식들의 키가 원하는대로 7척 거인이 될 것이다.

한국인이 상용하는 많은 의약품 중 한국에서 개발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어 외국과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도 있어야겠지만 안전성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우수한 약효를 지닌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으면 약품으로 쓸 수 없다. 치료효과가 좋은 많은 후보 물질이 시험관에서 만들어져도 안전성이 낮은 이유로 폐기되기 일쑤다. 하나의 신약이 만들어질 확률은 수 천대 일에 지나지 않는다.

신약개발에는 임상시험의 과정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든다. 먼저 약효를 검사하기 위해 환자를 골라 조사해야 한다. 독성을 시험하기 위해 임산부를 비롯해 남녀노소에게 시험해 보아야 한다. 그것도 환자의 자발적인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신약개발의 주체가 너무 영세하다. 한국 제약업체 대부분이 외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의 원료를 형태만 바꾸어 판매하는 장사를 한다. 한국 제약업체의 신약개발 투자비를 모두 합하더라도 다국적 거대기업 한 개의 투자액에도 모자란다. 기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거대 기업인 스위스 로슈사 연구소의 연구원은 2000명에 이른다. 한국 제약사 연구소는 연구원 200명이 넘는 곳이과연몇개인가?

다행스럽게도 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많은 회사들의 투자 욕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완전한 신약은 아니지만 우수한 후보 물질을 외국에 거금의 로열티를 받고 파는 성공적인 예도 있었다. 이러한 성공이 많은 연구진에 자극을 줄 것이며 이미 그 긍정적 효과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좋은 신약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의학 약학 생물학 및 화학 분야의 기초 학술적 기반이 골고루 발전하여야 한다. 우수한 신약의 개발은 절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의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오랫동안 꾸준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오우택(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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