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신승일]‘2期한류시대’ 열자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코멘트
“엄마 내일 김밥 꼭 싸 주세요.”

‘미라스’ 국제학교 5학년에 다니는 고려인 4세 아들이 엄마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이런 장면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교민 가정에서 최근 흔히 있는 일이다. 피자, 햄버거나 카자흐스탄 음식보다 김밥, 김치, 잡채 등 한국 음식이 고려인뿐만 아니라 현지인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공중파 TV 방송을 통해 드라마 ‘올인’이 방영된 후 알마티 등 카자흐스탄의 대도시 길거리에서 한국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도 이제 한류 바람이 막 불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일본에서는 한류가 열풍을 거쳐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대장금’ 이후 일본 내 한류는 ‘분야의 세분화’와 ‘마니아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한국적 문화 원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 중인 탤런트 이병헌과 이영애를 보기 위해 야구장과 TV 방송국으로 일본인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이들 연예인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멀리 아프리카 이집트에서도 8000년 역사상 외국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처음이라며 ‘대장금’ 시청에 심취하고 있다고 한다.

대만은 드라마 ‘궁’을 역대 최고가인 편당 2만 달러에 수입했다. 중국 대륙에서는 질질 끄는 한국 드라마에 식상한 사람이 늘고 있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 음식과 의복, 한국어 학습에 관심을 가지는 등 새로운 각도에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 확산된 한류는 나라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제2기 한류에 접어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때에 한류를 통해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정서에 맞는 한류 전략을 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중문화의 수출은 문화 관련 파생 상품은 물론 일반 상품의 수출로 이어지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등 유무형의 크나큰 국익을 창출한다. 적절한 한류 문화전략을 구사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도 높여 국가 이익을 늘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75%를 석권하고 중앙아시아 가전시장의 80%를 점유한 것은 한류 등에 의한 ‘코리아 프리미엄’도 한몫을 한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수출상품이 1%의 가격 프리미엄만 얻어도 20억 달러의 수출 증대 효과가 있다. 그동안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고전했던 수출 기업들은 ‘한류 코리아 프리미엄’을 크게 환호할 일이다.

다만 중국과 일본의 문화 전문가들은 한류 현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후속적인 한국 문화의 소개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칭화(淸華)대 판훙 교수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삶의 모습을 보여 줄 중국어로 된 정보가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 문화정보 전문지 ‘수카라’에는 찜질방에서 쉬고 있는 한국의 아줌마 사진이나 전통 신발에 대한 소개가 나가자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한류가 대중문화 위주였다고 한다면 제2기 한류는 한국 문화 전반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2기 한류 시대에는 장르의 다변화, 콘텐츠의 심화와 함께 지역별 세분화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 문화에 관한 정보에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글,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춤 등 전통문화를 ‘한(韓) 브랜드’로 육성해 세계화하는 것이 제2기 한류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으로 생각된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시스템공학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