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운찬/서울大 폐지논쟁 중단을

  • 입력 2004년 6월 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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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지금 도약을 위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숙으로의 전환, 사회영역 전반에 걸친 민주역량의 제고, 국제경쟁력의 강화, 효율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등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개혁의 열쇠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담당할 인적 자원 양성에서 찾아야 합니다. 결국 창의력과 함께 폭넓은 식견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혁신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서울대는 최근 이러한 교육혁신을 구체화하려고 학사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정원축소등 뼈깎는 자기혁신중▼

서울대는 지난 2년간 교육과 연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몇 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학생을 다양하게 뽑기 위한 ‘지역균형선발제’를 이번 가을부터 시행합니다. 글쓰기 말하기 토론 훈련과 핵심 교양강좌를 통해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하여 2005학년도부터 학사과정 한 학년 입학정원을 3850명에서 3225명으로 625명이나 줄이는 자기혁신의 고통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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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대 폐지론, 국립대학 평준화론 등 대학 밖으로부터의 바람이 거셉니다. 저는 오늘 서울대가 그리는 학사구조의 미래상을 소개하면서 아무런 국가적 실익이 없는 저간의 논쟁을 중단할 것을 제의합니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국가경쟁력 강화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시점에 최근의 논쟁은 소모적일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입학정원 축소는 그 자체가 기초교육 강화와 양질의 교육환경을 위한 최선책이라는 판단에서 추진됐습니다. 또 정원 조정은 학사구조 선진화의 첫걸음일 뿐 아니라 사회통합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추진될 서울대 학사구조 개선의 원칙과 방향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첫째, 초기에는 교육단위, 그리고 여건이 성숙되면 모집단위로서의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의 설치입니다. 학부대학 체제는 기초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고급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데 적합한 제도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초학문의 발전과 이를 발판으로 한 응용 또는 종합학문의 동반적 발전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학부대학과 함께 전문영역에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하는 기존의 단과대학들이 서울대의 학사과정을 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원의 설립입니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의 도입을 천명한 단계에 있습니다만 사법개혁안이 구체화되면 뒤를 이어 출범할 것입니다. 이 밖에도 학사과정교육의 기초 위에 고도의 전문지식을 쌓아야 하는 분야들이 발전적 개편을 통해 전문대학원으로 정착될 것입니다. 이는 고등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물론 전문대학원 체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서울대는 전문대학원 도입에 필요한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셋째,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담당하는 일반대학원의 강화입니다. 서울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지식의 창출입니다. 이러한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문에 매진하는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가발전 차원서 각계 협조해야▼

서울대가 세계 최일류 수준의 교육과 연구의 전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한 학사구조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개선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서울대 구성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국가 발전의 차원에서 서울대 미래상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시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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