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사죄하렵니다, 위안부 응어리 풀리는 그날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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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지나가는 시민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히는 일본인 여성 20여 명이 있었다. 이들은 우산도 비옷도 챙기지 않은 채 약 2시간 동안 길가에 서서 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역사문제를 극복하고 한일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회원. 대부분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와 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주부들이다.

대부분의 행인이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가운데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무슨 염치로…”라며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행인도 간혹 있었다. 최근 일본 우익 단체 회원이 군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말뚝을 박으면서 생긴 험악한 분위기의 영향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냥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국회 앞을 찾은 이들은 푹푹 찌는 폭염이 이어진 4일에도, 장맛비가 예고된 5일에도 거리를 지켰다. 일본 정부를 대신해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이 모임의 부대표인 마쓰부치 하루미(增S春美) 서경대 일본어학과 교수(63)는 “일본에 있을 때는 한국인이 군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80세가 넘은, 내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들을 보면서 ‘피해자가 만약 우리 어머니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1982년 한국으로 왔다는 그는 “일본인인 우리라도 사과를 하고, 이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 화성시에서 온 다키구치 에쓰코(瀧口悅子) 씨(46)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우리 가정은 한국과 일본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런 모임에 더 많은 일본인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달 3일부터 ‘분열과 투쟁이 아닌 신뢰와 우호의 한일관계를 만들자’는 서명도 받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는 수요 집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마쓰부치 교수는 “일본인인 우리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할머니들의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진정성을 전할 수만 있다면 아예 기모노를 입고 사죄를 하는 퍼포먼스를 가질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채널A 영상] 말뚝 테러남 “법적 대응” 소식 듣더니…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종기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위안부#사죄#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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