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檢 ‘사이비 기자와의 전쟁’ 선포

  • 입력 2009년 5월 21일 06시 46분


“돈 안 빌려주면” 협박에… 억대 납품권 요구도…

《#사례1. 모 환경신문 기자 A 씨(49)는 2005년 11월 광주 북구 임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현장소장에게 “소음과 먼지로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해 100만 원을 뜯어냈다. A 씨가 최근까지 이런 수법으로 갈취한 돈은 5600여만 원. A 씨는 또 건설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며 월간지 구독을 강요해 지난해 6월까지 구독료 명목으로 1830여만 원을 챙겼다.

#사례2. 모 일간지 기자 B 씨(47)는 지난해 12월 K토건이 시공하는 광주 선운지구 택지개발 현장을 찾아가 “폐공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취재한 뒤 2차례 보도했다. 그는 올해 1월 현장소장을 다시 만나 “골재업자인 동생에게 납품권을 주면 후속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3억5000만 원 상당의 골재 납품권을 따냈다.》

광주지검, 18명 적발
온라인 신고처 설치

검찰이 지역사회를 좀먹는 사이비 기자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기업체의 약점을 이용한 갈취, 광고 강요, 간행물 강매, 각종 이권 개입 등 사이비 기자들의 폐해가 도를 넘어섰다고 보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사이비 기자 무더기 철퇴

광주지검은 2월부터 사이비 기자 단속에 나서 18명을 적발해 9명을 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9명은 불구속 기소하거나 수사 중이다. 적발된 사이비 기자들은 주로 건설업체나 폐기물처리업체를 대상으로 먼지, 소음, 진동, 자재야적 등을 빌미로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사 간부를 사칭하거나 유명인과의 가짜 친분을 내세운 간행물 강매, 기사 무마 조건으로 억대 이권에 개입한 경우도 있었다. 주간지 기자인 D 씨(44)는 납골당 건립을 추진 중인 업자에게 접근해 군수 친형을 통해 군청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해 납골당 허가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이비 기자 발본색원

검찰은 사이비 기자 때문에 지역과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언론의 명예가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 집중단속에 나섰다고 밝혔다.

검찰은 광주지검 홈페이지(gwangju.dpo.go.kr)에 사이비 기자 신고코너를 설치하는 한편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자체 구성한 ‘사이비 기자 근절 대책 특별위원회’와 협조해 피해 사례를 모으기로 했다.

광주지검에 따르면 2월 17일 현재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언론사는 일간지 33개, 인터넷신문 97개, 주간지 108개, 월간지 51개, 계간지 17개 등 306개에 이른다.

최길수 광주지검 특수부장은 “건전한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며 “피해 신고자 인적사항은 철저히 비공개로 보호할 방침”이라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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