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45살 대구시향 ‘음악의 향기’ 짙어진다

  • 입력 2009년 10월 9일 0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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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연주자 잇달아 영입… 中-日해외연주회 추진
단원들 “한번 해보자” 연습시간 두배로 늘려

“대구시향의 연주 수준과 단원들의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요. 대구시민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드리기 위해 한국인 단원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렵니다.”

7일 낮 12시 반 대구문화예술회관의 대구시향 연습실. 단원들과 함께 막 연습을 끝낸 미국인 크리스토퍼 파월 씨(28)가 “문화예술회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을 정도로 한국인 단원들과 친해졌다”면서 “대구에서의 연주활동에 기대가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최근 대구시향이 창단 45년 만에 맞이한 외국인 연주자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출신으로 뉴욕 메네스음대를 졸업한 그는 중국 등에서 2년여간 연주 생활을 했다.

그는 “중국에서 함께 연주 활동을 한 트럼펫 연주자 세르게이 투티킨 씨와 대구시향 오디션에 함께 합격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 투티킨 씨(28)는 12월 1일 대구시향에 입단한다. 대구시향이 그동안 외국인 지휘자를 수차례 영입한 적은 있지만 외국인 연주자를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시향이 외국인 연주자 영입과 해외연주회 추진 등 눈에 띄는 행보로 지역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연주 기량이 향상된 것이다. 올해 4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교향악축제에서 대구시향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연주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공연은 전체 객석 2249석 중 2002석에 유료 입장객이 몰릴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당시 한 음악평론가는 “대구시향이 앞으로 더 큰 스케일의 곡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 준 수준 높은 무대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는 대구시향 단원들의 연습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지휘자 곽승 씨 취임 이후 연습 시간이 이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정우균 악장은 “단원들이 ‘한번 해보자’며 서로 격려하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향의 해외순회 연주회도 적극 추진된다. 대구시향은 12월 말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리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및 한중 수교 17주년 기념 음악회’에 3박 4일 일정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이 연주회는 대구시향의 창단 이후 첫 해외연주로 비용은 톈진 시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향은 이어 내년 2월 일본 순회연주회도 계획 중이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를 위해 마련된 이 연주회는 도쿄와 오사카 콘서트홀 등에서 6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6월에는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훈련 중인 장병들을 위문하기도 했다. 또 정기연주회 외에도 지역 병원을 돌며 위문공연을 여는 등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휘자 곽승 씨는 “오케스트라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만큼 늘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해외 연주와 외국인 단원의 영입은 시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해 연주 기량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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