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수도권매립지 골프장건설’ 어찌 되어가나

  • 입력 2009년 7월 23일 06시 01분


환경부 이어 서울시 동의… 사업 탄력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골프선수들이 수도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묻는 서구 백석동 수도권 매립지에서 티샷을 날릴 수 있게 됐다. 최근 매립지 땅을 절반 넘게 소유한 서울시가 골프장 건설사업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매립이 마무리된 제1매립장(408만9000m²·123만6900여 평)의 면적 가운데 35%(142만9000m²·43만2200여 평)에 36홀 규모의 대중골프장 건설을 2004년부터 추진해 왔다. 나머지 65%(80만4600여 평)는 공원과 자연생태 및 레저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천시도 아시아경기대회를 친환경 대회로 치르기 위해 골프장 건설을 함께 거들었다. 쓰레기를 묻은 매립지에 경기장을 짓는 것은 아시아경기대회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호주 시드니는 2000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매립이 완료된 쓰레기매립지에 경기장을 지어 환경올림픽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수도권 매립지 골프장 건설사업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땅 주인(공유수면 매립면허권자)인 서울시(지분 71.5%)와 환경부(28.5%)가 사업에 반대했기 때문. 서울시는 “매립이 끝난 뒤에도 수도권 매립지를 재사용해야 한다”며 골프장 건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쓰레기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매립지는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골프장을 만들면 나중에 재사용하기 힘들다는 것.

하지만 또 다른 땅 주인인 환경부가 최근 골프장 건설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한 인천시가 “선진국에서도 쓰레기매립지에 대중골프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곳이 많다”며 골프장 건설을 강력하게 요청한 것. 매립지관리공사도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매립지 옆으로 지나가고 인근에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와 검단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매립지를 예전처럼 방치해 둘 수는 없다”며 골프장 건설을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환경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시설로 돼 있는 수도권 매립지 용도에 체육시설을 추가하는 ‘도시계획시설 중복결정’에 필요한 동의서를 써주고 인천시와 함께 서울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시는 16일 매립지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한 인천시의 도시관리계획 협의요청에 동의했고, 이에 따라 법적인 걸림돌은 모두 사라졌다. 매립지관리공사는 2011년까지 골프장을 건설한 뒤 곧바로 개장할 계획이다.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매립지 공원화 사업에 모두 재투자하기로 했다. 1인 이용료(18홀)는 8만5000∼10만 원 수준에 맞출 예정이다. 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동의함에 따라 골프장 건설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수영장과 승마장 등도 함께 조성하는 한편 매립지 주변 환경자원을 활용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