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신호 하나 바꿨는데… 출근길 도로 ‘뻥’

  • 입력 2009년 5월 15일 06시 21분


■ 인천경찰청 ‘수요자 중심 교통관리 대책’ 눈길

지난달 24일 오후 2시 인천 서구 석남동 서구 노인복지회관 강당. 이 회관의 교양강좌를 수강하는 노인 240여 명에게 모강인 인천지방경찰청장이 경례를 한 뒤 단상에 올랐다. 인천경찰청이 지난달부터 시작한 ‘수요자 중심 교통관리대책’을 노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강사로 나선 것. 그는 이날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경찰의 대책을 설명했다. 또 올 들어 인천지역에서 노인들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예로 들며 교통사고 예방교육도 곁들였다. 이날 강의를 들은 김윤석 할아버지(79)는 “노인들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가장 큰 원인이 무단횡단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교통신호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심야시간에 외출할 때에는 색상이 밝은 옷과 모자를 착용하겠다”고 말했다.

○ 교통안전시설 대폭 늘려

인천경찰청이 최근 마련한 수요자 중심 교통관리 대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경찰은 이 대책을 내놓기 위해 4월 13∼20일 인천지역 20세 이상 영업용 차량 운전자 479명과 자가용 운전자 508명 등 987명을 대상으로 교통문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운전자들이 정체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것은 도로의 부족(34.8%)이었다. 다음은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위(22.0%), 불합리한 도로 구조(19.4%), 부적절한 교통신호(1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설문조사 결과에 나타난 운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교통대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로 신설은 정부와 인천시가 장기적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경찰이 실행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검토했다.

우선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1만972건) 발생 지점을 지도로 작성해 사고 다발지점 39곳과 무단횡단 사고가 많은 44곳을 분류했다.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48억여 원을 들여 중앙분리대와 안전펜스와 같은 교통안전 시설물을 대폭 늘리는 사업에 착수했다. 어린이보호구역(441곳)과 노인보호구역(15곳)에는 113억여 원을 들여 교통안전표지판과 과속방지턱, 보행자전용도로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 효율적인 맞춤형 교통관리

이와 함께 경찰은 신호체계 변경과 차로 배분 및 확장 등을 통해 차량의 원활한 흐름을 유도하기 위해 교통량을 분석한 뒤 상습 정체구역 18곳을 선정했다. 평일 출퇴근시간에 통행량이 많아 차량이 뒤엉키는 승기 장수 십정 신복 사거리와 부평역 오거리가 포함됐다. 항만과 공단의 물류소통을 막고 있는 서해, 인천항, 수인, 남동공단, 주물단지 사거리도 함께 선정됐다.

경찰은 또 주말에 교통 혼잡을 빚는 터미널 사거리와 강화대교, 초지대교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한 예로 국내 최대 국가산업단지 입구인 남동공단 사거리에는 최근 ‘시차제 좌회전 금지’를 도입해 교통흐름을 개선했다. 출근시간인 오전 7∼9시 교통량이 적은 반대편 차로의 좌회전을 금지하는 대신 양쪽 방향의 직진신호를 길게 주자 남동 나들목에서 공단 사거리 통과시간이 629초에서 463초로 줄었다.

또 경찰은 정체구역의 교통신호를 교통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달 교통경찰관 30명으로 구성된 ‘교통 싸이카(교통 모터사이클) 순찰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정체가 빚어지는 도로에 나가 차량 소통을 위해 신호체계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교차로 꼬리 끊기, 무리한 끼어들기 행위 등을 단속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새벽에 교회에 예배를 보기 위해 길을 건너다 숨지는 노인이 많다는 분석에 따라 9개 경찰서장들이 지난달부터 새벽에 교회를 돌며 무단횡단에 따른 교통사고 사례를 설명한 뒤 주의사항을 주지시키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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