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달인]서울동물원 27년 사육사 2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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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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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아빠 신금호 씨 “2t 하마도 ‘이놈’ 혼내면 설설 기어요”
호랑이 아빠 한효동 씨 “우리 애보다 호랑이 젖병 물린 날 많죠”

《거대 도시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의 숨은 일꾼을 찾아라. ‘메트로 달인’을 통해 평소 보기 힘든 독특한 직업을 갖고 묵묵히 일하며 내공을 쌓아온 이웃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울대공원의 베테랑 사육사인 ‘하마 아빠’ 신금호 씨(왼쪽)와 ‘호랑이 아빠’ 한효동 씨가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내 맹수사 앞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대공원의 베테랑 사육사인 ‘하마 아빠’ 신금호 씨(왼쪽)와 ‘호랑이 아빠’ 한효동 씨가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내 맹수사 앞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첫 회의 주인공은 서울동물원의 산 역사인 하마 아빠 신금호 씨(53)와 호랑이 아빠 한효동 씨(56). 1985년 창경궁 동물원이 경기 과천시 지금 서울동물원 자리로 이전한 다음 해부터 사육사로 일해 왔다. 지난달 29일 서울동물원 내 맹수사에서 두 사육사와 마주 앉았다.

10년 넘게 하마, 호랑이를 맡아 길렀기 때문일까. 두 사람의 목소리는 하마와 호랑이를 닮았다.

○ 북한에 보낸 하마, 지금도 눈에 밟혀


현재 제2아프리카관에는 꼬마 하마 2마리, 어른 하마 5마리가 있다. 하마는 사실 호랑이, 사자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 1∼2t에 달하는 덩치도 위협적이고 가죽이 두꺼워서 물어봐야 이빨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마를 처음 보면 사육사도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 하지만 신 씨가 들어서면 하마가 먼저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진한 눈빛을 주고받기도 한다.

가장 애교가 많은 건 세 살 된 꼬마 ‘은순’이다. 수조를 청소하러 들어가면 입으로 장화를 핥고 얼굴을 부비며 반가워한다. 은순이를 설명하는 신 씨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창경궁에서 서울동물원으로 이사 온 원로 하마 ‘하순’이는 남편, 딸과 생이별을 했다.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당시인 2005년 서울동물원과 평양중앙동물원은 동물 26마리를 교환했다. 이때 북으로 간 하마가 바로 ‘하순’이의 남편 ‘늘보’와 딸 ‘하숙’이 부녀(父女)다.

2005년 4월 14일 최북단 열차역인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 마중 나온 북한 사육사에게 하마 키우는 법을 여러 차례 일러주었다.

“건초(乾草)를 당근 배추 고구마 감자 등 야채 28kg과 함께 매일 먹여야 합니다,”

“건초가 뭡니까? 볏짚인가요? 어디서 구하나요?”

“강원도에서 베어 말렸습니다. 실내온도는 적어도 15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우린 못 먹어도 동물은 잘 먹입니다.”

북한 사육사는 하마 부녀와 당근 네 상자, 건초 다섯 단을 싣고 북으로 떠났다. 늘보는 가자마자 죽었다. 얼마 후 하숙이도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장 평양으로 달려가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월북한다고 걱정했어요.”

이야기를 들려주던 신 씨의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옆에 앉은 한 씨가 “또 운다”고 타박했다.

○ 국내 최초로 인공포육 성공


한 씨는 시베리아 호랑이 22마리의 엄한 아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2년 태어난 ‘코아’ ‘리아’ 남매.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 호순이의 2세인 암컷 ‘홍아’와 북한 평양중앙동물원에서 들여온 백두산 호랑이 ‘라일’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홍아’가 새끼에게 전혀 젖을 물리지 않았다. 스트레스 탓인지 새끼를 넣어 주면 물어죽일 듯 덤벼들었다. 이에 한 씨는 ‘인공포육’을 시도하기로 했다. 미국 동물원에서 알음알음으로 호랑이 분유를 사 왔다. 170g짜리 한 통이 당시 2만5000원이나 했다.

눈도 뜨지 못한 새끼 두 마리를 안고 하루 6번 꼬박꼬박 젖병을 물렸다. 다른 사육사 한 명과 맞교대로 2년 반 동안 돌봤다. 아들보다 호랑이 새끼 젖병을 물린 날이 더 많았다는 한 씨는 수유와 이유식 노하우를 줄줄이 풀어놓는다.

“하루에 분유 한 통으로 시작해 3개월이 지나면 이유식을 시작해요. 분유랑 고기랑 섞는 비율이 중요해요. 나중에는 하루 5kg씩 고기만 먹죠.”

한 씨의 노력이 결실을 봐 서울동물원은 대규모 인공포육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마 아빠, 호랑이 아빠가 새끼를 번창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답이 이어진다.

“사람 키우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얘들도 정성을 들이는 만큼 곧게 잘 자라요.”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동물원#사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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