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저물어 때는 중양절(重陽節·음력 9월9일). 양수(陽數)인 9가 겹친다는 이날에는 정들었던 제비도 강남으로 떠나누나. ‘그’를 보내며 시인(詩人)은 안도한다. ‘놀부네 하늘 아래서도/다치지 않았구나….’ 대체로 맑음. 아침 5∼13도, 낮 19∼23도.
문득, 뜨겁게 익어가는 감자의 속살이 그립다.
수확이 끝난 빈 밭에 몇 줌의 감자를 남겨두는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 도시에서는 마음의 빈 밭이라도 씨앗 하나 묻어 둔 적이 없으니, 이 황량함을 어디에 비할까. 정녕, ‘덫에 걸린 채/얼음을 핥고 있는/목마른 생쥐’(마쓰오 바쇼·松尾芭蕉)와도 같은….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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