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0일]겨우내 묵은 때 말끔히 씻는 봄비

  • 입력 1998년 2월 19일 19시 41분


우수(雨水)의 ‘등뒤’를 스치는 봄비. 왠지 우수(憂愁)에 젖는 듯. 이때쯤, 찬바람이 그리운 기러기는 북쪽으로 방향을 고르고, 얼음 풀린 강가에선 수달이 낚은 물고기를 널어놓는다. 흐리고 또다시 봄비가 다녀갈 듯. 아침 2∼5도, 낮 5∼10도. 어제보다 좀 춥겠다. 눈사람이 녹은 자리에 ‘고개 숙인’ 꽃이 피어났다. 온몸에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같은 솜털을 뒤집어쓴 채. 바람이 꽃에게 물었다. “할매, 다른 꽃들은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매는 왜 고개를 숙이고 있소?” 꽃이 대답했다. “내가 땅 속에 있을 때 ‘그’를 기억한다오. 망자(亡者)도 봄이면 꽃들을 보고싶어 할 텐데 꽃들은 다 망자를 외면하고 있으니….”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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