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눈벼락에 ‘데인’ 바람 끝이 순하다. 그 순백의 속살에서 봄내음을 맡았음인가. 아니면 2월의 ‘잃어버린 날’들을 손꼽아 기다림인가.
염화칼슘의 독기에도 밭은 숨을 내쉬며 살아남고자 바둥거려온 도시의 잔설(殘雪). 사람에 치이고 빗물에 씻기고, 허물만 남기고 떠난 아침이 왠지 휑하다.
차차 흐려져 밤 늦게 비. 아침 영하3도∼영상7도, 낮 영상7∼16도. 어제보다는 좀 추울듯.
날로 ‘여위는’ 눈사람이 바람에게 물었다. “내 고향은 어딘가요?” “누구는 하늘의 구름이라고 하고 누구는 저 멀리 바다라고 하고….”
그리고는 쓸쓸히 덧붙였다. “하지만, 너의 덩치만큼이나 크고 깊은 눈물을 쏟지 않고는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리….”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