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행복한 사회]시리즈를 마치며… 독자들의 가슴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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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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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 말만 하고 현실적 정책 안내놓는 정부에 분통”

본보가 10회에 걸쳐 보도한 ‘엄마가 행복한 사회’ 시리즈 지면
《 ‘엄마가 행복한 사회’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본보 특별취재팀에는 여러 사연이 담긴 100여 통의 e메일이 들어왔다. 행복한 이야기도 더러 있었지만 쓸쓸한 사연이 훨씬 많았다. A4 용지 10여 장 분량의 긴 사연도 있었다. 가슴에 묻어뒀던 이야기들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익명 게재를 원했다. 아예 ‘가명’이란 이름으로 메일을 보낸 독자도 있었다. 할 말은 많지만 여전히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리라. 엄마들의 힘겨운 현실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건투를 기원하며 독자들의 e메일 일부를 소개한다. 》
“답답한 심정이다. 저처럼 일하는 엄마들이 모두 (기사에 나온 사람들처럼) 복잡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독자 정윤미 씨가 보내온 e메일의 도입부다. 정 씨의 사연은 시리즈에 등장했던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았다.

정 씨 부부는 사내 커플이다. 곧 세 돌이 되는 아들이 있다. 정 씨는 아이 키우기가 막막하단다. 5분 거리에 시댁이 있지만 시부모가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아이를 부탁할 수 없다. 믿을 만한 돌봄 아주머니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찮다. 다행히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월 90만 원을 주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둘째 아이를 낳아야 할까. 벌써 1년째 고민 중이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 씨는 “저출산 저출산 하는데, 나라가 필요한 부분들을 해결해 주지도 않으면서 출산 장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꼬집었다.

독자들이 보내온 e메일 대다수가 이처럼 육아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 산다는 강호진 씨도 비슷했다. 강 씨는 “시리즈를 보면서 ‘워킹맘이 하나같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첫아이를 임신하기 전 지방대학에서 계약직 교수로 일했다. 출산을 4개월 앞둔 시점에 ‘계약 기간도 만료됐으니 집에서 몸을 돌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후 우울한 4개월을 보내야 했다.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일터로 나갔지만 미혼 여성 동료들과의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었다. 그들은 정교수가 돼 있었지만 강 씨는 계약직 연구원에 불과했다. 강 씨는 “딸아이가 있어 행복하지만 제 야망과 꿈 앞에서는 아이가 도움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동아일보가) 답답한 워킹맘의 현실을 앞으로도 계속 써 달라”고 당부했다.

딸을 걱정하는 친정아버지의 e메일도 인상적이었다. 부산에 사는 신모 씨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는 기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 씨의 큰딸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서초구 방배동이 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적다는 이야기에 1억 원을 대출받아 그곳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그곳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결국 아이를 부산의 친정에 맡겼다. 그러나 친정어머니도 일을 하고 있어 계속 부탁할 수가 없었다.

신 씨의 큰딸은 본보 시리즈가 진행되던 9월 16일 다니던 공기업을 관둬야 했다. 신 씨는 “신이 내린 직장이며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공기업을 육아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정부의 위선이다. 정부의 현실적인 정책에 목말라하는 젊은 계층이 안쓰럽다”고 덧붙였다.

중견 홍보대행사에 근무한다는 정현주 씨는 35세에 결혼식을 올렸다. 늦은 결혼이라 아이를 바로 가졌지만, 둘째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나이 마흔에 둘째를 가졌다. 정 씨는 아이 예찬론을 펼쳤다.

“아이는 지친 엄마를 웃게 만들고, 인생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를 이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정 씨도 보육비는 큰 부담이라고 했다. 정 씨는 “전셋집이라도 보유하고 있다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보육 지원은 거의 받기 힘들다. 게다가 비용이 좀 들어가는 보육비는 소득공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독자 A 씨는 “둘째 아이를 낳고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라며 “내년 1월 복귀하는데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벌써부터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임신 4개월 무렵에 서울시육아포털에서 어린이집 대기등록을 했지만 한 곳은 59번째, 다른 곳은 274번째였다”고 말했다. A 씨는 “(동아일보가) 이런 문제를 계속 지적해 사회와 회사가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셋을 둔 30대 후반의 워킹맘 B 씨는 “남편과 주말부부 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일, 가사, 육아를 모두 도맡고 있다”며 “남편과 주변 사람, 사회가 모두 워킹맘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B 씨는 “힘들어도 즐겁고 당당하게 사는 대한민국의 워킹맘들 아자아자!”라며 격려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시리즈 중 소개된 명품 육아를 비판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C 씨는 “이 사례는 서울 강남 부자동네의 이야기일 뿐이다”라며 “빠듯한 살림에 그렇게 아이들에게 돈을 펑펑 쓰는 집안이 얼마나 있느냐”고 말했다. 반면 D 씨는 “이미 중산층에서는 명품 육아 열풍이 부는 게 사실이다. 이는 육아의 문제가 아니라 내 자식만 최고로 만들겠다는 엄마들의 비뚤어진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소감을 보내왔다.

보육교사의 어려운 현실을 봐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모 대학 아동복지학부 교수라는 독자 E 씨는 “보육교사가 지쳐 증발하는데 어떻게 좋은 보육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E 씨는 보육교사가 제대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인프라부터 갖춰줄 것을 요구했다.

9회 ‘싱글맘 무시하는 사회’ 기사가 나간 후에는 싱글맘의 사연이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싱글맘이라고 밝힌 F 씨는 “간만에 뭉클한 기사였다. 미혼모의 사연을 다뤄줘 감사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35세 싱글맘이라는 G 씨는 “이런 일이 내 인생에 생길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 다른 싱글맘들도 긍정적으로 살면 원하는 것을 이루리라 믿는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G 씨는 “힘내세요. 꿈꾸세요. 이뤄집니다”라는 격려 문구로 사연을 끝냈다.  
▼ 전문가 자문단의 조언 ‘저출산 = 사회적 위기’ 인식 확산돼야 ▼

본보 특별취재팀은 엄마가 행복한 사회를 기획하며 각계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했다. 자문단은 본 시리즈를 어떻게 봤을까. 대체로 “국내 저출산과 결혼, 가족에 대한 문제를 잘 짚어냈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복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현 주소를 이해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된 시리즈다. 진솔한 이야기가 많아 호소력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육아 서비스를 위한 정부 지원과 투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며 “출산과 육아가 엄마 혼자만의 일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더 많은 기획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는 “나 역시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시리즈가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 3회 ‘워킹맘의 죄책감’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객관적인 통계와 실제 사례, 전문가 의견이 적절히 배합돼 신뢰가 가는 시리즈였다. 매회 대안을 제시한 것도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는 “저출산 문제는 국민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이 덜 부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리즈에 대해 일부 자문단은 대안 제시가 다소 미흡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미경 더블유 인사이츠 대표는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사례별로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 공감이 간다. 기자들이 발로 뛰면서 취재했다는 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진단에 비해 대안 제시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사회구조적 문제 외에도 여성 개개인이 당장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에 대해 좀 더 정밀하게 짚어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도 “현재 상황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문제점을 잘 짚었다. 그러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각 구성원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을 추가했더라면 시리즈가 더 좋았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시리즈에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느 직장이든 정시 퇴근하는 문화가 빨리 정착돼야 한다. 불필요한 야간대기나 회식이 사라져야 한다. 가족 중심의 문화가 정착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팀원 정효진(산업부) 구가인(경제부) 신나리(국제부) 이새샘(사회부) 우경임 한우신 남윤서 최예나(교육복지부) 곽민영(문화부)  
■ 엄마가 행복한 사회 자문단


강지원 변호사
김미경 더블유 인사이츠 대표
김행미 KB국민은행 강동지역 본부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
임오경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
전재희 국회의원·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주원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정이현 소설가
조복희 육아정책연구소장
최성남 글로벌어린이재단 뉴욕 회장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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