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 DNA, 미래를 연다]<8>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23일 인천 남구 주안동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린 ‘다문화 인정 프로그램 생활의 발견’ 행사에서 필리핀 출신 외국인근로자로 구성된 ‘가디언&엔젤스’가 필리핀 구전동요 ‘씻시리씻’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23일 인천 남구 주안동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린 ‘다문화 인정 프로그램 생활의 발견’ 행사에서 필리핀 출신 외국인근로자로 구성된 ‘가디언&엔젤스’가 필리핀 구전동요 ‘씻시리씻’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다문화 인정 프로그램 성황
“합창은 마음의 벽 허무는 마술”
외국인근로자-한국인 서로 전통민요 가르쳐주며 희망 소통
상대방 나라 음악-역사 알기
차이-차별 극복하는 지름길
“일선학교 다문화교육 절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씻시리씻 알리방방 살라긴 살라고방(살랑살랑 나비가 날아간다. 아주머니가 오리처럼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간다).”

한국 전통 민요인 ‘아리랑’과 필리핀 구전동요인 ‘씻시리씻’을 따라 부르는 동안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근로자, 한국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환한 미소로 인사를 나눴다. 마음속에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사라졌다. 필리핀 출신 외국인근로자 알 부페라 메이 씨(33·여)는 “비록 서툰 발음이지만 노래를 함께 부르며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족 등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 남구 ‘영화공간 주안’에서 ‘다문화 인정 프로그램 생활의 발견’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동아일보가 공동기획한 ‘2009 다문화 지역문화행사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올 3∼8월 진행한 다문화 인정 프로그램의 성과를 자축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다문화 인정 프로그램은 ‘다문화공간탐사’ ‘나눔의 미학’ ‘소리의 발견’ 등 3가지. 신나는 문화학교 인천지부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부설 다문화교육센터, 사랑마을이주민센터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다문화 공간을 찾아가 희망을 찾아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이주노동자라로 부릅니다. 돈을 위해 고향과 가족, 친구를 등지고 낯설고 물선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얻고자 한 것은 희망입니다. 외롭고 힘들지만 행복했던 것은 이곳에서 희망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다문화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아가는 ‘다문화공간탐사’에 참가한 장명숙 씨(46·학익고 교사)가 외국인근로자의 시각에서 쓴 글의 일부다. 그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일대 등을 찾아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을 글로 옮겼다.

“이주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이중 잣대와 시각으로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근로자를 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들이 한국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희망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장 씨는 “다문화를 강요하는 것보다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선 학교에서부터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방문지도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이은경 씨(48·주부)도 “이번 다문화공간탐사를 통해 다문화 가정에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며 “결혼 전에 한국인 남편을 대상으로 배우자 국가의 문화교육을 한다면 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공간탐사에 참가한 한국인과 외국인들은 탐사지도를 액자에 넣어 선보였다. 인천 서구 가좌동 거북시장 인근에 있는 아시안 마트와 레스토랑, 기숙사 등을 지도에 담았다. 이들은 또 인천 중구 일대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 답동성당, 옛 일본 58은행 지점 등 근대건축물을 돌아보며 인천의 근대역사를 공부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유티미하 씨는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한국인들도 옛날에 미국 하와이로 이주노동자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주민으로서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 서로의 문화를 나누며 친구가 됐죠

경기 시흥시에 있는 전자부품 공장에 다니는 베이총 제이피 씨(23)는 낯선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음악이 큰 힘이 됐다. 그는 “단순히 리듬을 즐기는 것 외에 음악을 통해 한국인들과 친밀해질 수 있다는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래서 필리핀 출신 외국인근로자들이 ‘가디언&엔젤스’란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인천 남동구 만수6동 사랑마을교회에서 일요일마다 음악봉사를 하면서 한국인들과 친분을 쌓고 있다. 같은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가페 글로리 씨(40·여)도 “노래를 통해 한국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고향에 돌아가면 아들에게 정감 있는 한국 음악에 대해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또 ‘나눔의 미학’에 참가한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 가족이 한국 구절판과 비슷한 태국 빠삐아 솟(프레시 스프링롤), 베트남 고이꾸온(베트남쌈), 일본 데마카 등 각국의 전통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 음식의 특징은 라이스페이퍼와 밀전병, 김에 야채 닭고기 오이 당근 등을 싸서 먹는 것.

1997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야마다 다카코(山田貴子·42) 씨는 “한국도 이제 이주민이 1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사회봉사단체를 통해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다문화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샤오링 (29·여·강원 춘천시) 중국인 회사원

걍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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