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가정 부부소통이 고민?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아내의 고향문화 미리 배워요
서울시 ‘한울타리 플랜’ 추진
교육받으면 결혼비용 지원
한국어교실도 2곳 열기로

노총각이었던 A 씨(47)는 지난해 말 다문화가정을 꾸렸다.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의 나이 어린 20대 신부를 맞이했던 것. 그는 행복한 삶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언어 소통이 어려웠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6개월 만에 결혼 생활의 파국을 맞고 말았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울타리 플랜’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 ‘그들’이 아닌 ‘우리’로 인식하기

서울시의 이번 계획에는 도로 건설을 비롯한 대규모 토목사업처럼 조 단위를 넘나드는 거액의 예산이 들지 않는다. 이 사업에서 가장 큰 예산 지원금은 ‘결혼비용 100만 원’이다. 서울시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40시간)을 이수한 미혼 남성에게 결혼식 비용으로 100만 원을 지원한다는 것.

남성들이 결혼을 하면서도 배우자를 ‘우리’가 아닌 ‘그들’로 인식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다문화가정의 평온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생각. 그래서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내용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미혼 남성에게 그리 큰 금액은 아닐 수 있는 결혼식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 송파구를 비롯해 용산, 동대문, 성북, 동작구 등 서울시내 6곳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음 달부터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배우자의 출신국 언어와 문화를 집중적으로 교육해 문화적 차이를 줄이는 게 이 교육의 목표다.

○ 배우자의 직업교육 지원

서울시가 올해 초 다문화가정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월평균 200만 원 이하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민자여성의 77.7%가 취업을 희망한다는 답변이 나온 게 당연한 상황이다.

시는 강북과 강남권에 한 곳씩 한국어 교실을 개설하기로 했다. 미리 공부하고 온 경우를 감안해 초급반과 중급반 등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언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장을 알선해 주고 직업 적성을 진단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타향에서 출산하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동남아 국가 출신의 중년 여성을 ‘산모 도우미’로 정해 해당 국가 출신 결혼 이민 여성들이 출산했을 때 산후조리를 돕는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서울시립 은평병원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신건강 클리닉’을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 조은희 여성가족정책관은 “언어, 문화 등에 대한 교육 등 다문화가정이 필요로 하는 세밀한 부분을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며 “지속적으로 관찰해 다문화가정을 좀 더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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