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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도림초등교 최세열 교장선생님

입력 2009-06-13 02:59업데이트 2009-09-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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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림초등교 최세열 교장선생님 ‘희망도전’

“학원 안갑니다” 학교와 약속… ‘스스로 공부’로 사교육 잡다

2년전 ‘학원과 전쟁’ 시작 - 484명 참여… 성적도 올라
학원 학생엔 우수상 안줘… “공교육 가능성 밑거름되길”

‘사교육 없는 학교’라는 말이 유행이다. 꼭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당위 때문에 쉽게 사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2년 전 서울 도림초등학교(영등포구 당산동)에 부임한 최세열 교장(62)의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학교를 외면하고 학원을 찾는 현실이 자존심 센 그에게는 치욕이었다. 그는 교직 인생 40년을 걸고 학원에 대항할 원동력을 찾았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스스로 공부하기’다.

도림초등학교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기로 교장과 약속을 하고 학교에 등록한 학생을 말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가 되면 학교에 남아 친구들과 그룹을 이뤄 공부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아이들 혼자 공부시키면 교사는 뭐 하나’ ‘성적이 떨어지면 학교가 책임지느냐’ 등.

전교생이 1175명인 도림초등학교에는 올해 5월 현재 484명의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가 있다. 학교는 이 학생들을 모두 ‘특별 관리’한다. 이들은 모두 어른 손 한 뼘 분량의 학습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매일매일 스스로 공부한 양과 핵심 내용을 기록한다. 교사는 포트폴리오를 매일 점검해 공부 방향을 정해 주고 과제를 내준다.

최 교장은 “학원과 맞서기 위해서는 학교에 충실한 학생에게 더 유리하게 해줘야 한다”며 “학원에 다니는 것이 학교 공부와 성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다. 학교시험에서 아무리 성적이 높게 나와도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우수상을 주지 않는 것. 도림초등학교에서는 학력우수상을 받으려면 먼저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가 돼야 한다. 중간·기말고사 시험 문제도 최 교장이 직접 관리해 수업 시간에 공부한 내용만을 출제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수업 시간 발표도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가 우선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는 2007년 3월 362명에서 2009년 5월 현재 484명으로 늘었다.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 2008년 8월 시험 결과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310명 가운데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는 104명(31.6%)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292명 가운데 103명(33.2%)이었으며, 올해 4월에는 367명 가운데 130명(36%)이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 가운데 성적 우수 학생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최 교장은 “사교육 없는 학교의 종착점은 결국 ‘스스로 공부하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비록 서울의 작은 초등학교지만 도림초등학교가 그 증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내년 2월 정년퇴임을 맞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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