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 ‘과학 특별반’ 운영 서울 무학여고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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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행당동 무학여고는 여학생들에게 실험과 체험학습 등을 통해 깊이 있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3학년생들도 과학 실험에 참가할 정도로 전교생이 과학 공부에 열심이다. 김미옥 기자
서울 성동구 행당동 무학여고는 여학생들에게 실험과 체험학습 등을 통해 깊이 있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3학년생들도 과학 실험에 참가할 정도로 전교생이 과학 공부에 열심이다. 김미옥 기자
《서울 성동구 행당동 무학여고 학생 40여 명은 최근 경기 화성시 시화호를 찾았다. 이들은 곳곳에 널린 암석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수첩에 뭔가를 빼곡히 적는가 하면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공룡시대’의 흔적을 찾는 데 열중했다. 공룡 알과 발자국, 다양한 화석과 암석을 직접 본 학생들은 지도교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재미있는 과학실험반(ESL·Exciting Science Lab)’ 학생이다. ‘여학생은 과학을 싫어한다’는 편견이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인문계 여고 가운데 과학특별반을 운영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하지만 무학여고는 중학교 때 지역교육청 영재교육원을 다닌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한 뒤 과학 공부에 손을 놓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지난해 ESL을 만들었다.

서울 중부교육청에서 영재교육원을 담당했던 신춘희(54·여) 교감은 과학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ESL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학교 과학교사 8명은 생물, 화학, 지구과학, 물리 등 전 과목에 걸쳐 이론과 실험 수업을 번갈아 하고 있다. DNA 모형제작(생물), 거인국의 이효리(물리), 열나는 반응(화학) 등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활용한다. 물리 교과서에 나온 ‘빛의 파장’도 검은 유리판에 0.1mm 간격으로 2개의 선을 그어 빛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고 나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당초 1학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2학년이 된 학생들이 “ESL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바람에 지금은 2개 반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2년째 ESL에 참가하고 있는 2학년생 이영은(17) 양은 “지난해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지붕의 각도와 구조, 중심축 등을 직접 재고 연구하면서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ESL은 평소에는 수요일 방과 후 학교, 토요일 클럽활동, 특기적성시간 등에 수업하고 토요 휴업일에는 지도교사들과 현장 체험에 나선다. 방학엔 천체관측이나 생물관찰캠프 등을 통해 살아 있는 공부를 한다. 유명 과학자와 교수 등을 초빙해 강의를 듣고 여성과학인을 육성하는 이화여대 WISE센터 등 외부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과학탐구토론대회에서 무학여고 학생들이 과학고 팀들과 겨뤄 동상을 받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서울과학고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미현(여·생물) 교사는 “학생들의 자세가 과학고생 못지않게 진지하다”면서 “학부모도 딸이 이공계로 진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SL 참가자뿐만 아니라 무학여고생 모두 적극적으로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3학년생도 한 학기에 4∼6번씩 실험을 한다. 대학 입시에 쫓겨 1년 내내 실험실 문이 잠겨 있는 일반 고교와는 다르다.

학부모 이상배(43) 씨는 “아이가 ESL에 들어간 뒤 화학에 관심을 보이면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되겠다는 꿈을 세웠다”고 말했다.

신성호 교장은 “학교 주변 지역의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해 주려 한다”면서 “ESL도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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